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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7-10-01 13: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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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으 55년 동안 어떡게 지내고 있소/우리가 만나면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가요?/훈날 나도 당신찾아 하늘나라가면 나를 찾아 주소/우리 만날때까지 편이 게싶시오”

남해군이 지난해 11월 개최한‘찾아가는 한글교육 글짓기 대회’에서 박상엽(76, 고현면 대사) 할머니가 한국전쟁 당시 사별한 남편을 그리며 쓴 가슴 뭉클한 편지의 글이다. 박 할머니는 이 글로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박 할머니를 비롯해 그날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300여명이 넘는 늦깎이 학생들은 비뚤비뚤, 맞춤법 틀리는 글로 그동안 떠안아 온 문맹의 짐을 벗어 버리고 가슴 속에 묻어 둔 사연들을 쏟아 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 감동이 올해 또 남해에서 재현된다.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왔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난 2년 동안 군에서 실시한‘찾아가는 한글교육’을 통해 익힌 글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군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나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해 평생 문맹의 그늘에 살아왔던 늦깎이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마을회관 등에서‘찾아가는 한글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현재 199개 마을 1,970여명의 늦깎이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 여름의 더위까지 거뜬히 이겨냈다.

군이 이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글짓기 대회를 마련했다. ‘찾아가는 한글교육 글짓기 대회’가 오는 24일 오후 2시 남해군민회관에서 글짓기와 글쓰기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열린다. 지난해 글짓기 대회 입상자와 초등학교 이상의 학력자를 제외한‘찾아가는 한글교육’학습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군은 읍면사무소를 통해 지난 2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대회 참가 신청을 받으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 평생학습추진위원회 위원과 교육 관계자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글짓기는 제시된 주제와의 적합성, 내용의 표현과 기술정도, 정확한 한글 맞춤법 등이 심사기준이 되며, 글쓰기는 예문에 따라 한글 맞춤법에 따라 정확하고 보기 좋게 글을 썼을 경우 높은 점수를 받는다.

부문별 대상 1명을 비롯해 금상과 은상, 동상, 장려상 등 입상자 45명을 선정, 오는 12월 정례 조회 때 상패와 함께 시상하게 된다.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실시한 글짓기 대회가 글을 몰라 평생 한으로 살아 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동안 어렵게 배운 한글 실력을 맘껏 발휘하고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다”며,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말했다.

군은 대회 우수작을 모아 작품집으로 발간, 한글교육 부교재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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