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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병아리, 그리고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 -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 수놓은 ‘말말말’
  • 기사등록 2007-02-14 0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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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서 마술이란 없다. 모자 속에서 토끼를 꺼낼 수 있는 건 모자 속으로 그 토끼를 집어넣으려고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 닷새째 회담을 마친 후 북한과 다른 참가국들 간의 에너지 지원규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떤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현재 (본인에게) 회담 상황을 묻는다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회담이 여전히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 이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내일 회담의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끝!”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저녁 사흘째 회의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6자회담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뜻으로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다.

“제가 여러 번 이야기 했다시피 이런 협상에 있어서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는 협상의 격언, 이런 것을 항상 유념하면서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문서가 채택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사흘째 회의가 열린 10일 오전 모두발언을 통해 “9·19 공동성명 초기 단계 이행계획서 협상에 있어서 아마 오늘 내일이 결정적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핵심쟁점이 좁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국의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병아리 숫자를 세느라고 애쓰지 말고 좀 푹 지켜봐달라.”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힐 차관보는 9일 오전 베이징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중국이 제안한 합의문 초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후 같은 비유를 들어 합의 도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취재진들의 인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8일 상원 외교위 예산청문회에서 “베를린 북미회동 등에서 좋은 대화들이 있었다”면서 “달걀이 부화하기 전에 병아리 숫자를 세자는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피력한 바 있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제공하는 일련의 인센티브를 ‘조기수확’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힐 차관보는 7일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 도쿄에 들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지만 북한이 농사에 빗댄 비유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흉작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가 발표되기까지 긴박하고 힘들었던 상황들을 ‘말말말’로 정리해봤다.

“정말 길고도 긴박한 하루였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 새벽 3시가 다 돼 숙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힘들었던 하루를 이같이 표현했다.

애초 12일을 협상의 마지막 시한으로 설정한 각국 대표단은 12일 오전에만 9차례 걸쳐 양자협상을 진행하는 등 길고 긴 마라톤협상을 이어가 결국 다음날인 새벽 1시경 쟁점사항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6자회담에서 임박이라는 건 의미 없다. 수개월 걸릴 상황도 임박이고, 수주도 임박이고, 수일도 임박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오후(스페인 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상품전시회에서 공동문안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6자회담은 그렇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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