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단장 시조 형식을 갖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들을 모은 시집이 충북 음성군에서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반영호(52) 시인이 선보이는 시집 “퇴화의 날개”(2007)는 사물의 모습을 드러내고 시인의 마음을 감추는 방법을 통해 언어와 침묵을 공존시키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사물의 외관을 묘사해 서경의 필치를 점증시키는 방법에 의해 선명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통해 사물의 본질에 육박해 가려는 단장시조의 미학적 목표를 단숨에 성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 애호가 1백만 명을 갖고 있는 일본 시 하이쿠는 5/7/5자로 모두 17자로 된 단시이나 이번에 반 시인이 선보인 단장시조는 3/5/4/3으로 하이쿠보다 2자가 적은 단시로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로서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반영호 시인의 시집 ‘퇴화의 날개’ 평론을 쓴 유성호 한국 교원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일찍이 노산 이은상 선생이 양장시조라는 실험적 양식을 추구하는 바는 있지만 단장의 미학으로 전일적인 시적 기획을 선보인 경우는 우리 시조문학사에서 사례가 없는 일인 줄 안다.
여기서 단장시조란 종장만으로 발화를 완결하는 일종의 변형된 시조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압축과 긴장을 속성으로 하고 있는 시 양식 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찰나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욕망의 형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반영호의 단장시조는 이러한 단형의 정형 미학이 갖고 있는 미적 정수를 매우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반 시인은 할 말을 자제하면서 제 할 말을 다하는 역설적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결과 언어를 통하여 그 언어를 넘어서려는 시적 욕망을 스스럼없이 내비치고 있다.
다시 말해 언어와 침묵을 공존시키면서 그것을 찰나 속에서의 영원으로 표현하는 목표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955년 충북 음성 출생 반영호 시인은 지난 96년 계간 문예한국에 시 ‘한여름 밤의 오후’가 당선돼 시인으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노을’이라는 시조작품이 당선된 바 있다.
또 둥그레 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시집 별빛 그 찬란함이여(1996), 워리(1999), 맨 가장자리의 중심(2006)과 시조집으로 그대 그리운 이 가슴에(2006)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