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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3-31 01: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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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상큼한 봄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안동의 낙동강 강변을 만끽하며 달리는 안동낙동강변 전국마라톤대회가 개최된다.
 
전년보다 114명이 늘어 총 5,831명이 접수한 이번 2010안동낙동강변 전국마라톤대회는 모두 네 종목으로 풀코스, 하프코스, 10Km코스, 5Km코스가 준비되었었다.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이유도 있고, 특히 뜀박질은 또래 여자애들보다도 한참이나 늦었고 도데체가 운동신경이라고는 쥐뿔도, 약에 쓰려고 찾아보아도 없던 필자가 올해 낙동강변 전국마라톤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참가 전부터 지인들은 입을 모아 격려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중간에 힘이 들면 슬슬 걸어가던지 포기해라.” 는 둥 “정 안되겠거든 굴러서라도 가 꼭 완주를 하라.” 는 둥 “야! 야! 우리 비록 방위였지만 매일 아침 산악구보도 몇 킬로씩 했는데 그깟 5킬로를 못 뛴다면 대한민국 방위 이름 먹칠한다.” 며 모두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기원전 490년에 페르시아군과 아테네군 사이의 전투에서 자국의 승전소식을 아테네에 뛰어가 전한 전령 페이디피데스를 기리는 뜻에서 1896년 올림픽에 채택된 육상 경기 종목인 이 마라톤은 42.195km의 거리를 선수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힘의 강약을 적당히 안배하여 빠른 시간 내에 결승점에 들어와야 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나 노령자, 병약자가 뛰거나 또는 이 마라톤 역시 기록경기이다 보니 자칫 승부나 기록에 집착해 무리한 레이스를 펼치게 되면 체력소모가 많이 나고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고를 부르게 된다. 즉 욕심이 지나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흔히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42.195km의 거리를 쉼 없이 뛰어야 하는 인내와 고통이 동반되어지지만 지루한 그 고통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완주 했을 때의 그 기쁨과 성취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자기만족, 자아성취, 자신감증대 등등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한 지인의 말처럼 “걱정마라. 그깟 5킬로 구불러서라도 완주할 수 있다. 그날 중에만 들어오면 되잖아?” 라는 말에 ‘이 녀석이 날 지금 위로하는 거야? 망신을 주려는 거야?’ 라는 생각도 들었고 완주는 완주라 치고 사무실 내 여직원들도 동참할 터인데 여직원들에게 큰 기록으로 뒤진다면 필자의 필명은 ‘빛나는 글을 잘 쓰는 厭記(엽기)‘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약골 獵奇(엽기)‘로 전락하는 것은 물을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더구나 필자가 뛰는 5km코스는 완주거리가 짧고 완만하여 여성들과 정정하신 어르신들, 심지어 어린학생들까지 합류하는 일종의 미니 마라톤인데 풀코스도 아니고 하프도 아니고 10km도 아닌 최하위 종목에서 빌빌댈 것을 생각하니 잠아 잘 안 올뿐더러 가위까지 눌렸더랬다.

그래도 악착같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남아 보겠다고, 이번 대회를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요량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건만 이것이 과연 잘한 행동일까? 다시금 곱새겨 보기도 했다.

운동 이라고는 생존을 위한 ‘숨쉬기 운동’과 안 굶어죽기 위해 하는 ‘입 운동’ 나쁜 것 들을 배출해내는 ‘괄약근 운동’이 전부인 필자가 무순 군부대의 전차부대도 아니고 3보 이상 전진이면 차를 타야하고, 글 쓴답시고 술과 담배를 달고 사는 놈이 어떻게 뜀박질대회에 나가며 그것도 육상경기 중 가장 어렵고 힘 든다는 마라톤에....

그것은 대하민국 마라톤 계를 욕 먹이는 일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보기 차고 런닝머신을 달려 보았지만 가슴이 따가웁고, 숨이 헐떡여지고, 다리는 후들후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아니하는 이 40대 노친네를 어찌하오리까?

대회당일 ‘그래도 남자인데...’ 라는 못난 이조시대적인 발상으로 선두대열에 어렵게 비집고 들어가 2km를 달렸을까 전날 웨딩 촬영 당시 폐백촬영에서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했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목도 시큰거리고, 숨도 턱에 차고 하여 ‘에라 걷자’ 걷다가 남들 의식해서 또 뛰다가 결국 우려와는 달리 40분 만에 완주!!

완주메달 받고, 기념촬영 하고, 자신감 가득한 기분에 내질러 버렸다. “5km 뭐 별거 아니네. 내년엔 10km에 도전한다.”라고..

큰일이다. 내년이 걱정된다. 열심히 운동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건강한 신체에서 견강한 정신이 나오고 건강한 정신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글이 나오며 건전한 생활이 영위된다는 말에 이번 대회를 경험하며 전적으로 한 표를 던진다.

여러분들 열심히 운동 합시다.


자유기고가, 칼럼리스트, 사진가, 사회복지사 燁記書生 김태균
qntksdkr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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