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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상추쌈을 곧 잘 먹었습니다.
장에 가신 어머니가 한 소쿠리 담배상추 사오시던 날이면
쌉싸름한 상추쌈 싸먹을 부푼 기대에
아직 흙에서 잠이 덜 깬 상추 잎 들
온 몸 구석구석 깨끗이 씻는 것도 제 몫이었습니다.
채반에 걸러 물 뚝뚝 떨어지는 풋풋한 상추 한 장을
어린 깻잎만한 손바닥에 척 누인 다음
한 수저 크게 퍼 올린 뜨끈한 보리밥 위에
머슴 똥 같은 누런 된장 쓰윽 회칠하듯 발라주면
쪼르르 입 안에 맑은 침 고이고
나는 배고픈 하마처럼 쩌억 벌린 입 속으로
그 맛나는 상추쌈을 입 안 가득 밀어 넣곤 하였습니다.
어린 것의 신나는 만찬을 보시던 어머니께서
“얘! 천천히 먹어 채할라” 흐뭇해 하시면서
“상추쌈 많이 먹고 밤에 잠 안자면 또 어쩌려고”
호통 치시던 어머니 일갈에
허접한 웃음 흘리며
머쓱하게 목덜미 긁적거리던 상고머리시절
저녁 하늘엔 일찍 출근한 낮달이
마당 한켠 뒷간 위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

투고자 : 안동시 용상동 주공APT 501-202 김낙명(010-2498-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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