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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7-04-04 1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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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대학의 학생선발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상업주의 창궐을 비판하면서 대학입학에서 교육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입학사정관 출신이었던 태커(Lloyd Thacker)는 대학의 장이나 입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호소하고 해결책 마련에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그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그는 2004년 ‘등급없는 대학(College Unranked)’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2005년 하버드 대학 출판부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1년 전쯤 접하여 읽게 되었는데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소위 3불 논란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특히 2008 대입제도개선방안에 의하면 우리 대학들도 입학사정관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데 책에 담긴 글의 많은 부분이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의 관점에서 학생선발을 둘러싼 고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육적 목적과 입학허가 실상 간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교육적 양심을 압박할 정도로 대단한 상업주의 압력으로부터 고등교육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학생다움(studenthood)’이란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준비 및 배움의 과정에 대한 참여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호기심, 자기 훈련, 노력, 상상, 지적 활력, 경이감, 새로운 것에 대한 자발적 도전, 공감, 열린 마음, 정중함(civility), 참을성 등을 특성으로 한다.

이러한 것들은 대학들이 입학허가 과정에서 추구하는 특성들과 동일한 것이지만, 측정이 불가능하고 대학 등급 또는 교육 정량화의 척도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입학허가의 상업주의화와 관련해서 무시돼 왔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장이 견지될 때 제반 교육적 가치에 집중하고 상업주의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비교육적이라 여겨지는 전략들까지 동원하여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대학 총장들까지 나서 대학서열 평가기관들에 의해 결정된 기준에 맞춰 대학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학의 교육적 비전도 창출하는 방안은 없을까 고민하는 현상을 대학입학의 상업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s)의 대학서열 발표, 대학위원회(the College Board)의 독주(SAT 및 AP시험, 사교육 상담 등), 소수 언론기관,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입 마케팅 및 상담산업 등은 대학을 단순한 브랜드로 전락시켜왔으며, 이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구매자로 취급되어 대학진학이 높은 위험이 따르는 게임으로 변하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선발과 관련하여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교육적 본질과 가치에 대해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왔을까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교육적인 전략으로 학생들을 확보하는 대학의 상업주의를 비판한 '등급없는 대학'. Lloyd Thacker. 하버드대 출판부.
정부에서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제한하는 대학의 학생선발과 관련한 3가지 제한사항을 언론이나 대학에서는 3불 정책이라 스스로 명명하면서 학력 및 대학경쟁력 저하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타당성을 갖는 것일까. 그러한 공공성 측면은 정부가 나서기 이전에 이 책에서처럼 오히려 대학이 앞장서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들은 결과적으로 대학입학의 상업주의화를 부추기며 성적에 의한 한줄 세우기식 대학서열을 경쟁력이라 착각하며 브랜드 관리만을 위해 골몰하는 지도 모른다. 대학입학 허가과정은 교육적 과정이어야 하며 여기에서 가장 존중돼야 하는 것은 교육적 가치들인데 소위 3불(본고사, 고교 등급제 및 기여 입학제 제한)은 이를 위한 최소 제한 조건일 뿐이다.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통해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선발해야 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오랫동안 입학사정관을 했고 현재 밴더빌더 대학 학장인 세인(William M. Shain)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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