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하이텍고 백현민·장민근·조혜림 선수, 전국장애학생체전 3관왕 쾌거장애학생들을 위한 변변한 수상 훈련장 하나 없는 지방중소 도시에서, 전년도에 이어 또 한번 전국을 놀라게 한 아이들이 있다.
경북하이텍고등학교 조정팀이 부산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개인전 우승과 준우승, 고등부 남자 단체전 우승, 고등부 혼성 단체전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며 장애학생 체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보다 더욱 특별했다. 기존 백현민·장민근(3학년) 선수에 이어 조혜림(1학년) 학생이 새롭게 합류하며 혼성팀으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넓혔고, 세 학생은 전국 무대에서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줬다.
단순한 메달 획득이 아닌, 서로를 믿고 버텨낸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은 결코 좋은 환경 속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안동에는 여전히 장애인 조정 선수를 위한 수상 훈련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다. 학생들은 실제 수상 훈련을 위해 주말 대구로 이동하며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먼 거리 이동과 반복되는 훈련 일정은 학생들에게 체력적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보호자와 지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정은 단순한 체력 훈련만으로 완성되는 종목이 아니다. 물 위에서의 균형감각과 팀 호흡, 실제 보트 운용 경험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스포츠다.
그러나 지역 내 훈련 환경의 한계로 인해 학생들은 전국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상 훈련 기반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시장애인조정연맹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SAI’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학생들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애 특성에 맞춘 맞춤형 훈련과 심리 지원, 생활 관리가 함께 이뤄졌고, 학생들은 점차 기록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장애인조정연맹 관계자는 “아이들은 단순히 운동을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버텨내는 힘을 키워왔다.”며 “이번 성과는 선수 개인의 재능 이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백현민·장민근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두 학생은 이제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장애학생 선수들이 졸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지역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며, 지속 가능한 진로 체계 또한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학생 체육을 단순한 복지의 영역이 아닌 지역사회의 미래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장애학생 체육 전문가는 “이 아이들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메달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능성”이라며 “운동은 장애학생들에게 자존감과 사회 참여, 삶의 방향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통로다. 이제는 개인의 헌신만으로 버티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의 성과는 단순한 입상 결과가 아니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선 도전이었고, 장애학생 체육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장면이었다. 아무도 쉽게 가능성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환경 속에서, 세 학생은 결국 전국의 물살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이 감동이 또 하나의 ‘기적’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몫을 해냈다. 이제는 지역과 사회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장애학생 선수들이 더 이상 먼 도시를 전전하지 않고도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수상 훈련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북하이텍고 백현민·장민근·조혜림 선수, 전국장애학생체전 3관왕 쾌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