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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흙막이 기술’로 로열티 벌어들여
  • 편집국
  • 등록 2008-01-10 1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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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막이 가시설공법’ 해외건설업계 러브콜 잇따라
서울시 당산동 당산근린공원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축구경기장의 절반만 한 넓이에 10미터는 족히 될 듯한 깊이의 대규모 지하 기반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 공사장은 여느 곳과 달라보였다.

보통 지하 기반공사 때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토압을 견뎌내기 위해 버팀보(H형 철제빔)를 2~3미터 간격으로 촘촘하게 연결하고 ‘바둑판’ 식으로 연결된 H빔 구조물이 양쪽 벽면을 서로 받치고 있는데, 이곳에는 버팀보 간 간격이 50미터는 돼 보였고 ‘바둑판’ 형 구조물도 없었다. 전혀 안전해 보이지 않았지만, 공사장 인부들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고 장비들은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였다.
 
실험실 벤처기업 ‘써포텍’이 개발한 ‘IPS(Innovation Prestressed Support) 흙막이 가시설공법’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혁신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IPS공법은 지하구조물 시공을 위한 흙막이벽 공사를 할 때 기존 H형 철제빔 대신 강선을 이용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공기 단축, 작업 안전성 제고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기존 재래식 공법에 비해 IPS공법은 강재량이 35% 절감되고 공사기간은 100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70일로 단축된다. 또 급작스럽게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재래식 공법과는 달리, 강선의 휨이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이상토압 등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세워두는 버팀보 개수가 줄어들어 중장비 등이 작업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것도 이 IPS공법의 장점이다.
 
이 IPS공법을 개발한 것은 아주대 한만엽 교수(써포텍 대표)와 토목공학 전공 석박사급 학생들이었다. 건설현장 시공감리를 자주 의뢰받았던 한 교수가 공사 인부들과 중장비들이 촘촘한 H빔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일하는 모습이 너무 답답해 보여 신개념 공법을 구상하게 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2년간 연구 끝에 2002년 IPS공법이 태어났고 2003년 4월에는 이 공법을 이용한 설계와 시공을 하는 써포텍을 설립했다. 써포텍이 지금까지 이 공법으로 시공한 공사는 45건. 초기 1~2년은 고작 시공의뢰가 4~5건에 불과했지만, 2006년 10건 이상, 2007년 20건 이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미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IPS공법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올해엔 산업자원부로부터 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IPS 공법과 관련한 국내특허만도 8건.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국제특허도 대거 획득했다.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기술인 셈이다.

직원이라고는 24명에 불과해 국내 건설업계가 의뢰한 설계와 시공만으로도 벅차다. 빌딩 경비원이 ‘써포텍 직원들은 퇴근도 안하느냐’며 의아해 할 정도로 일이 몰린다. 이것이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IPS공법은 이미 해외 건설업계에서도 눈독을 들이며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올해 6월 미국의 건설업체 L사, 일본의 H사와 각각 기술수출 양해각서(MOU),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했다. 현재 로열티 협상단계까지 와 있어 빠르면 내년에 본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해외로부터 로열티를 벌어들이게 된 것이다.

선진 건설기술로 유명한 미국과 일본이 IPS공법을 인정하고, 자기들 본토에 이 공법으로 설계한 건물을 짓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들 나라에서 IPS공법이 확산된다면 아시아, 북미지역은 물론 유럽시장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다국적기업 VSL처럼 1등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전세계에 지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단지 시간문제일 뿐 세계 건설시장이 결국 우리 IPS공법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VSL은 독보적인 교량관련 기술로 전세계 5개 대륙에 걸쳐 35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써포텍은 토목시장에서 IPS가 지배적인 기술로 쓰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써포텍은 또 중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국내 모 설계사와 중국의 D대학 설계원과 3자 컨소시엄 방식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설계는 물론, 시공까지도 맡는다는 계획이다. 오일달러의 중심지인 두바이와도 접촉 중이다.

써포텍이 이 자리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한번 쓰기 시작한 토목기술은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적 성향 때문에 IPS공법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IPS공법을 개발하긴 했지만 시장 반응은 ‘반신반의’였습니다. 공사기간도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된다니 훌륭한 기술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공사에 도입하기에는 꺼림칙하다는 것이죠.”

이곳저곳 쫓아다니다 회사 설립 3개월 만에서야 어느 건설업체의 관로공사현장에 돈 한 푼 안받는다는 조건으로 시험시공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이듬해 1월 최초로 상업시공을 맡아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건설교통부와 과학기술부로부터 신기술 마크를 획득, 건설업계를 놀라게 했다.

써포텍은 기술개발에 있어 ‘멈춤’이란 없다. 이미 IPS공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하이브리드 IPS공법’을 오는 2009년 실용화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이 공법이 개발될 경우 안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버팀보 간 간격은 최대 100미터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이 회사 백승덕 부장의 설명이다.

2008년 새해에는 IPS공법을 표준공법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럴 경우 2008년 매출규모는 올해(37억원)의 4배 성장한 150억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유능한 인재들도 뽑을 예정이다.
 
한 대표는 ‘기술은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창조적인 자세를 가지고 개발에 나선다면 계속 발전하는 게 기술이라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 순간 기존 패러다임을 버려야 합니다. 이제는 남의 기술을 배워서 그대로 적용해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창조적인 생각이 들어간 기술을 개발해야 국민소득 3만~4만달러 달성이 가능합니다.”

써포텍과 같은 창조적인 핵심 기술을 가진 혁신벤처기업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로얄티를 내는 나라에서 받는 나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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