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권주 선생을 기리는 신도비(우)와 선생의 교육장소인 선원강당 전경지난 2013년 사업용역보고 이후 낙하산예산이라는 지적과 특정문중을 위한 특혜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주민투표로까지 이어졌던 안동시의 임란역사문화공원사업(임란사업)이 사업예정지내의 분묘이장문제로 취지논란이 일고 있다.
임란사업은 안동시가 지난 2013년부터 임진왜란 당시 국란극복의 중심인물이었던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선생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역사적 교훈으로 계승할 수 있는 체험과 기념공간을 마련하고자 추진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동안 서애와 학봉 선생을 기념하는 기존 건물이 있음에도 총사업비 2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여 별도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예산낭비와 특혜사업이라며 반대해 왔다. 더욱이 막대한 시비가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시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과 법적 효력이 없는 문중과의 운영비 협약서로 시의회와 시민을 기만했다는 지적, 시의회에서는 예산삭감과 통과를 반복, 파행을 거듭하면서 끝내 비밀투표로 결정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파행을 거듭하면서도 추진된 사업이 이번에는 사업부지개발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애 선생의 임란사업 예정지인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산41번지 일대 약 33,000㎡의 한편에 있는 분묘이장문제가 주목되고 있다.

이곳은 경북 신도청 신도시개발을 위한 곳으로 신도시조성사업을 맡은 경북개발공사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이곳 분묘 주인들은 임란사업은 안동시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사업추진에 반대하지 않았다. 시가 실시한 사업용역보고회에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곳에는 화산(花山) 권주(權柱, 1457~1505년) 전 경상도관찰사 부부 묘와 아들 권굉(진주목사 역임) 선생 부부의 묘, 권주 선생을 기리는 신도비와 선생의 교육장소인 선원강당이 부지 내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권주 선생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12번째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던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책판 중 270여장의 목판을 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신도비와 선원강당은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65호와 제35호로 지정돼 중요한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권주 선생과 그의 아들 권굉은 서애 선생의 스승인 퇴계 이황의 부인 권 씨의 조부와 숙부로 알려져 있어서 역사적으로도 서애와 퇴계, 하회 류 씨와 안동 권 씨의 관계가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이에 화산공 후손들은 반발하며 지난 2여 년 동안 경북개발공사와 법적다툼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이다.
권주 선생의 종손 권종만(76)씨는 “퇴계의 장인인 권질 선생의 묘가 인근에 있었는데 도로포장을 한다하기에 이장해 주었다. 다른 목적이 아닌 서애 선생의 역사기념공원을 만들면서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묘를 이장하라는 것은 사업취지와 맞지 않다”며 “안동시가 처음으로 임란사업을 설명할 때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답답한 노릇이 돼버렸다”고 말하며 관계당국의 시정을 요구했다.
더불어 “관계당국에 분묘의 문화재기념물지정소청과 문화유적보존청원서를 보내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개발공사가 주장하는 관련한 법과 관계당국의 입장이 완강한 상태라서 힘든 상황”이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문화재는 보호될 수 있지만 일반 분묘는 이장을 해야 된다,”며 “안동시나 경북도에서 결정하는 대로 사업자인 개발공사는 사업을 추진할 뿐 지금으로써는 법에 따라 민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고 잘라 말했다.
안동시는 관계자는 “도청 신도시를 계획하면서 진행된 공원조성은 경북개발공사가 공사를 마치면 안동시에 기부·체납하게 된다.”며 “임란사업은 개발공사가 공원공사를 마무리하면 진행할 사업으로 시에서 직접 공원 부지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개발공사는 6월 현재 법원에 묘 이전을 위한 공탁금 2천만 원을 걸어 놓은 상태며 법원에 강제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있지만 고등법원의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