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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동화나라, 곳곳에 드러나는 부실 - 지반침하와 갈라짐, 누수 현상에도 유지보수 늦어지고 안전사고 위험
  • 기사등록 2015-01-17 14:03:19
  • 수정 2015-01-27 13: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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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권정생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의 '권정생 동화나라'

안동출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권정생 동화나라’(이하 동화나라)가 부실공사와 시설미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기념관이 애초 사업취지와 동떨어진 부실사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본지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5개사 기자들과 동화나라를 방문했다. 동화나라가 투입된 예산에 비해 시설들이 부족해 부실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합동취재를 위한 활동이었다.

故 권정생 선생은 지난 1937년 도쿄 빈민가에서 5남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나 1946년 외가가 있는 청송으로 옮겼다. 일직초등을 졸업하고 20세부터 일직면 조탑리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84년부터는 교회 뒤편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선생은 생전에 강아지 똥, 몽실언니 등 아동문학의 선구자로서 주옥같은 동화를 남기고 지난 2007년 5월 17일 타계했다.

선생은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거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유언을 남겼다. 이후 선생의 유산과 인세를 기금으로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됐다.

동화나라는 선생의 삶과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문학체험 학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건립됐다. 총 37억 원의 예산으로 구 일직남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지상 2층, 연면적 1,689㎡규모로 지난해 8월에 개관했다.

곳곳에 도사리는 안전사고 위험

동화나라는 입구에서부터 시설들을 둘러보는 내내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지적됐다.

꼬불꼬불 좁은 농로를 따라 기념관을 찾아들어가는 길은 지역사람들조차 헷갈리게 했다. 이정표 하나 없는 길은 동화나라 위치를 파악조차 못하게 했다. 더욱이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약 1km를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격어야 도착할 수 있다.     



동화나라 관계자를 따라 확인한 외부 곳곳에서는 우수통로와 각종 맨홀 주위로 갈라진 벽돌과 울퉁불퉁한 지반침하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또한 수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빗물이 넘쳐 건물인근 비탈면을 깍은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건물 뒤쪽 담장이 낮아 장마 시 인근 비탈 밭의 토사유입이 우려됐다. 

▲권정생 동화나라 입구에 설치된 대형 방부목 계단은 어린이 키높이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비나 눈이 오면 미끄러워 안전사고의 위험이 지적됐다.

건물입구에 마련된 대형계단은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높고, 미끄럼방지시설이 없어 비나 눈이 오면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방문자들은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주말이면 약 300~500명 정도가 예약한다고 한다.

이어 1층 전시실 내부에는 페인트들이 벗겨지고 갈라지는 현상들이 발견됐다. 또한 관계자는 화장실 누수로 약 1개월 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지난 10일에서야 수리했다며 수도요금을 걱정했다.      

부족한 시설과 예산반납

동화나라 내부시설중 1층 서편 끝부분에 마련된 수장고는 故 권정생 선생의 유품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故 권정생 선생의 유품과 손때 묻은 책들이 방치돼 있다.
선생이 생전에 소장했던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시설유지와 관리에서 문제가 있었다. 우선 책들을 정리하고 있는 책장이 일반 창고 물건처럼 철제 앵글과 합판으로 조립된 것과 수장고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계가 유지비부담으로 운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방범시설이 없는 창문구조로 외부피해에 노출돼 있었다. 

▲2층에 마련된 8개의 수련실 입구.
수장고를 나와 행한 곳은 2층 수련실이었다. 총 8개의 방은 1실에 10~20명 정도가 수용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이곳은 중앙집중식 난방이어서 방 1개가 예약 들어와도 전체를 돌려야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를 위해 최소 5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해야 온수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실내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1평도 되지 않아 정원을 충당하기에 비좁아 보였다.

하진만 시 담당자는 “급탕시설을 할 경우 폭발 등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설치된 시설”이라고 전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에는 장애인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1층에서 보았던 장애인화장실이 떠올라 2층으로 이어지는 장애인시설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시설이 없었다. 

안동시는 동화나라 건립사업비가 애초 37억 원이었지만 공사를 마친 후 예산 5억5천4백만 원이 남아 불용예산으로 반납했다고 밝혔다. 

취재활동에 참가했던 기자들은 부실한 시설과 시공으로 인해 동화나라 전체가 부실사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동화나라 보수와 예산반납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애초 동화나라 사업이 시작될 시점부터 예산을 집행한 안동시와 운영을 맡은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그리고 시공사 등을 감사해 전반적인 문제의 의혹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의견들이 모아졌다.

안동시 담당자는 “전임자의 업무라서 잘 모르겠으나 필요하거나 부족한 관계시설이 있으면 예산을 세워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부실한 시공과 관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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