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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서 ‘존경받는 부자’를 찾습니다 -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 1조원 장학금에 이어 치매 할머니의 7억대 아파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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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극화 해소가 연말을 앞두고 세간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가진 자들의 나눔과 베품, 사회적 공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사업을 펼치면서 반(反)기업정서를 달래고 있다. 이제 베품에 인색한 부자는 소통과 화합을 모르는 졸부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신도청 시대를 열어가는 미래의 희망 도시로 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안동은 나눔과 베품의 문화가 꽃피고 있을까.

그러나 안동은 갈수록 주민 정서가 대립으로 메말라 민심이 흉흉해지고 불신풍조와 이질화 현상이 팽배해져 각박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소외계층에 기부한다’라는 보도자료 배포용 나눔만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안동이 달라져야 한다. 타 지역에서는 베품의 철학이 있는 부자들·치매를 앓는 구순 할머니가 기부 릴레이를 펼쳐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각종 메스컴을 타고 날아오는 타지역의 훈훈한 미담은 안동의 속좁은 기부문화 탈피에 훌륭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감동을 안겨주는 '통 큰 기부', '아름다운 기부'를 소개한다.

▲치매 앓는 할머니가 7억원 상당 아파트 어린이 재단에 기부

7억원 상당을 기부한 치매를 앓는 구순(九旬) 양애자(89) 할머니와 또 장학재단에 1조원의 통큰 기부를 한 구순된 삼영화학그룹 창립자 이종환(89)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

양 할머니는 치매를 앓기 전부터 딸에게 아파트를 기부해 줄 것을 부탁해 7억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의 116㎡(구.35평)아파트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게 돼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양 할머니는 지난 1993년부터 어린이재단의 정기 후원자로 나서 매월 20~30만원 가량씩 수년간 기부해 오기도 했다는 것.

특히 양애자 할머니의 막내딸 정인숙(54) 씨에 따르면 “어머니가 평소 아파트를 기부해 달라는 부탁에 따라 기부하게 됐다”며 “지난 6일 어린이재단을 찾아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양 할머니는 대화가 어렵고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치매를 앓기 전 “우리 가족이 풍요롭게 산 것은 축복이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남기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딸 정 씨가 전했다.

양 할머니는 특히 방송에 나오는 가난하고 힘든 형편의 어린이들을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걸어 기부를 신청할 정도로 베품을 실천했다.

2010년 3월 넘어지는 사고로 관절 수술을 받고는 병상에서 생활하게 됐고, 치매증상까지 나타나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에 적극이라 각박한 사회를 따뜻하게 녹여 주고 있다.

양 할머니는 2000년 ‘언젠가 어려운 사람들 주겠다’며 이 아파트를 샀다 한다.

딸 정씨는 “어머니가 아파트를 사면서 제일 먼저 한 말씀이 ‘이 아파트를 좋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였다”면서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인 2009년쯤 이미 기부를 위해 공증 등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3년 동안 언제, 어디에 기부할 지 많이 고민했다”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어머니가 기부해왔던 어린이재단에 연락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머니의 오랜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기부한 지난 6일 저녁 정씨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차근차근 기부에 대해 설명하자, 양 할머니는 “참 잘했다, 내 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 1조원 장학금을 출연하는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

지난 2002년 사재(私財) 3천억원으로 자신의 아호를 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들고, 10년간 총 8천억원을 장학재단에 쏟아 부은 이종환(89)관정교육재단 명예 이사장.

오는 2015년까지 자기 재산의 95%에 해당하는 남은 재산을 추가로 내놓고, 이미 내놓은 재산 중 미개발 부동산을 개발해 장학금을 1조원이 되도록 채우겠다고 7일 밝혔다.

그는 2002년 사재(私財) 3천억원으로 자신의 아호를 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들고, 10년간 총 8천억원을 장학재단에 쏟아 부었다.

개인이 세운 장학재단으로선 아시아 최대 규모란다.

그는 “재단 기금이 1조원 정도는 돼야 어지간한 경제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장학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노벨상에 버금가는 ‘관정 아시아 과학상’(가칭)을 만들어 재단 기금이 1조원이 되는 시점부터 아시아 학자들에게 시상하는 것이 다음 목표란다.

이 명예이사장은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삼영화학그룹을 일으켰다.

관정재단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해 국내 대학은 연 1천만원, 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연간 3만~5만5천달러씩 최고 10년간 지급한다.

지금까지 4천64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한다.

이 명예이사장은 “일본은 노벨상 탄 사람이 10여명인데 우리는 아직 한 명도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장학금 줄 때 ‘돌아와서 우리 회사에 근무하라’는 식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던데 나는 ‘언젠가 베풀 수 있는 처지가 되면 너도 꼭 베풀어라’·‘노벨상 타라’ 두 가지만 얘기한다”고 했다.

“내가 장학금 주는 것도 결국 부국강병 하자는 일이오. 장학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 나오면 좋고, 노벨상 아니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하나만 나오면 내 돈 수천억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후손 보고 하는 일이오”라고 말해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평당 수백만원씩 하는 땅을 수만평이나 소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마지못해 연말에 쌀 몇 백포를 내놓고 통 큰 기부를 했다며 언론 플레이로 주민을 호도하는 행위가 지역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만든다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경주 최부자집 가훈을 본받아야 할 졸부들이 안동지역에도 많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말라, ▲사방 100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

최부자집의 1년 생산한 쌀은 3천석에 달했다. 1천석은 자급하고, 1천석은 과객들에게 베풀고, 나머지 1천석은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다.

최부자집은 ‘3대가는 만석꾼이 없다’는 통념을 깨고 9대까지 이어져 일제시대 독립운동지원·해방 후 대학설립 등 육영사업을 펼쳐 ‘한국의 전설’이 되었다.

최부자집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이행의 귀감이 되었다.

오는 2014년이 되면 경북도청이 안동에 둥지를 트면서 안동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또 안동은 내년 말 도청 신청사 준공을 앞두고 기업들이 찾아들고 인구가 늘어나는 등 낙후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인간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감동적인 기부에 비해 안동지역의 기부 문화는 반사적 이익을 얻기 위한 속보이는 인색한 기부에 지나지 않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2014년 신도청 시대를 함께 열어갈 우리 안동에도 '통 큰 기부', '아름다운 기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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