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호 도의원

[fmtv 안동]김명호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안동)이 27일 열린 제26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양성평등의식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제도와 풍토를 개선하는 일에 교육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10여년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 시절 자신의 초등학교 딸의 요구로 출석부 명렬에서 남녀 구분선을 철폐했던 일과 여성부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던 사례 등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경북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477개 초등학교 중 42%인 200개 학교가 여전히 남학생을 우선해 앞 순서에 기록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령과 구미, 칠곡, 포항, 경산, 김천, 경주 등지가 남학생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의성과 안동의 경우 한 개의 학교가 남학생을 우선기재하고 있고 영덕, 영양, 봉화, 청송, 울릉지역은 남녀구분선을 완전히 철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일선 학교당국과 교사들이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남학생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풍토를 더 이상 답습해서는 안된다”면서 “아이들이 이른 나이 때부터 양성평등의식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영우 도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명호 도의원 5분자유발언 전문>

- 출석부 명렬(名列)에서 남녀구분을 철폐하자 -

문화환경위원회 소속 안동 출신 김명호 의원입니다.
존경하는 송필각 의장님!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님 여러분!
본 의원에게 5분자유발언의 기회를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본 의원은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양성평등의식을 자연스레 내면화(內面化)할 수 있도록 제도와 풍토를 개선하는 일에 교육당국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본의원은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제 딸들이 눈곱만큼도 성차(性差; gender differences)에 구애되지 않고, 남성들과 동등하게 충만한 자존감으로, 진취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큰딸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나는 왜 만날 35번이나 40번이어야 해?”
- 응, 그것은 네가 여자이기 때문이야.
“왜 여자는 만날 남자들 뒤에 있어야만 하는데?”
- ......
저는 적절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안동서부초등학교 운영위원이었던 저는 교장선생님과 운영위원들을 설득하여 이듬해부터 출석부 명렬에서 남녀구분을 철폐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사실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었고, 언론의 보도꺼리였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급기야 당시 여성부에서는 벤치마킹을 하고자 담당관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출석부 명렬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구습은 빠르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 경북은 달랐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도내 초등학교의 절반 가까이가 남녀를 구분하는 구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본의원이 교육청에 전수조사를 요구하여 제출받은 도내 초등학교 477개교의 출석부 명렬 작성기준을 분석해 본 결과, 42%인 200개 학교가 여전히 남학생을 우선하여 앞 순서에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상당히 모범적인 지역도 있었습니다. 영덕과 영양, 봉화, 청송, 울릉지역에서는 남학생을 우선하여 기재하는 학교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안동(3.2%)과 의성(5.6%)에서는 각각 한 개 학교에서만 남녀 구분선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남학생을 우선하는 정도가 가장 심한 지역은 고령(88.9%), 구미(80.9%), 칠곡(66.7%), 포항(63.1%), 경산(56.7%), 김천(54.8%), 경주(46.5%) 등의 순으로 도내 평균(42%)을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영주(38.9%), 영천(36.8%), 예천(36.4%), 문경(35.3%), 군위(28.6%), 상주(28.6%), 울진(28.6%),
청도(15.4%), 성주(14.3%)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본의원은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서 의식적으로 남학생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남아를 먼저 기재하고 그 다음에 여아를 기재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지금껏 해오던 방식을 별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되풀이한 결과였을 뿐, 의도적인 계획의 산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풍토가 계속 답습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석부상에 남학생을 앞에 기재한다고 해서 당장에 무슨 큰 일이 터지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비록 작은 사안일지라도 잘못된 풍토는 곧바로 고치겠다는 의지표명과 실천, 그것이 바로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전문가들은 지극히 사소하게라도 남아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반복되면, 여자아이들은 은연중에 남자아이들이 자신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여기게 되어, 동심(童心)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존경하는 이영우 교육감님!
이제 2014학년도부터는 경북교육청 산하 모든 초등학교와 유치원 및 남녀공학 중등학교에서, 더 이상 남녀를 선후로 구분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레이디 퍼스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동등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이른 나이 때부터 양성평등의식을 내면화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에는 별도로 예산이 수반되지도 않을뿐더러, 행정력이 추가로 요구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교육감님께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쉬이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의원의 제안에 대한 교육감님의 고견을 수일 내로 답지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