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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5-12 17: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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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11시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의 지인은 안동 임하호 인근에 산불진화용 초대형헬기(S64E)가 추락했다고 알려왔다. 위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임동면사무소 방향으로 내리달렸다. 정신없이 달려가느라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렸는지도 보질 못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곳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다시 방향을 돌려 임하면 임하호 전망대 아래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취재진도 있었고 사고수습대책본부가 꾸려져 경찰, 시청, 수자원공사, 군, 소방구조대 등이 사태파악에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영덕군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복귀하던 헬기가 임하호 영천도수로에서 물탱크 청소도중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헬기에는 총 3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명인 정비사 황영용 씨(42)는 구조돼 인근병원으로 옮겨졌고, 조종사 2명 박동희(57) 기장과 진용기(47) 부기장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식을 접한 뒤 스마트폰으로 현장 사진 한 장을 찍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과 함께 동료에게 전송했다. 10분 뒤 속보로 보도됐다. 요즘 스마트폰이 참 편리하단 생각도 했다.

추락현장은 임하호 전망대 선착장에서 약 4km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추락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아무 보트에나 몸을 실었다. 약 10분정도를 달려 사고 현장에 도착, 미리 출동한 소방구조대가 실종자와 추락한 헬기를 찾기 위해 연방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또 수자원공사는 추락한 헬기에서 새나오는 연료가 호수에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오일팬스를 설치하고 유흡착제를 이용해 기름제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언론은 추락한 헬기 위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오일팬스 설치도 수 시간 지연됐고, 헬기 위치파악도 기관이 아닌 민간 구조대가 발견해 초반 첨단장비 싸움에서 기관이 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락 헬기 동체 위치는 사고 발생 후 5시간 가까이가 지나서 파악됐다.

현장에는 추락한 헬기에서 새나온 연료 때문에 냄새가 진동했다. 헬기도 완전히 물아래 30m 지점까지 가라앉아 건질만한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사고 현장 수습 모습을 몇 컷 찍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영덕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돌아오던 헬기가 저렇게 좁은 곳에 추락했을까?"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소방서와 경찰이 알려오길 물탱크 청소 도중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럼 임하호 영천도수로에서 물탱크 청소가 합법적인지 궁금했다. 또 물탱크 청소도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 관련기관에 문의했다.

그 결과 임하호 영천도수로에서 물탱크 청소는 불법이란 말을 안동시 녹색환경과에서 듣게 됐다. 곧바로 현장 스케치 기사를 올린 뒤 이번 사고원인이 불법 물탱크 청소가 부른 참사가 아니냐는 기사를 썼다. 그리고 사고 당시 산림청 초동대처 미흡 문제도 제기했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사실 기사를 쓰고 보도하면서 실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본연의 일이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정을 마무리하려던 순간 갑자기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한명이 순직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영주소방서119구조대 소속 박근배(42) 지방소방장이 오후 6시 20분께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잠수한 뒤 실종. 약 30분 후 숨진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나쁜 일은 겹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순직한 소방관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가족에게 인계됐다.

▲사고발생 24시간째(5월10일 금요일)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비가 오전까지 이어졌다. 오전 5시 30분을 전후해 박 기장, 진 부기장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재개됐다. 이날 수색작업에는 안동소방서 구조대원뿐 아니라 경북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중앙119구조단, 해양경찰, 해군해난구조대(SSU) 등 300여명이 투입돼 수상과 육상, 항공에 이르기까지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여기에는 소나(수중음파탐지기), 수중영상카메라, ROV(수중탐사로봇정) 등의 첨단 장비도 동원됐다. 그러나 수상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구조대 잠수사들은 물속 탁도가 심해 1~3m 앞도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안동호나 임하호 물 아래는 조류도 빠르고 고사목 등 부유물도 많다. 또 바닥은 거의 뻘에 가까운 진흙이라 물속은 그야말로 공포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전날 수색작업을 벌이던 소방관이 순직하기까지 해 현장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지만 이날 수색은 별다른 성과가 없어 실종자 발견 기다림은 계속 이어졌다.

▲사고발생 48시간째(5월11일 토요일)
오전부터 현장을 들렀다. 현장은 어제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사고수습대책본부에는 총 309명이 투입돼 수색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사고대책수습본부는 추락한 헬기 동체를 인양할 계획도 논의 중이었다.

특히 헬기 추락 사고로 연료가 새나와 포항시, 경주시, 금호강(경산시, 대구시) 일대 취수원으로 보내지는 물길이 막힌 상황. 기름제거와 물 안전성 등이 궁금해 수자원 공사 관계자에게 문의해 봤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추락한 헬기에서 새나오는 연료가 임하호에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오일팬스 1360m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또 오일팬스 바깥쪽 수질 상태는 안전하고, 내부 또한 연료를 계속해 제거하는 상태로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가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밝혔다.

현장을 둘러본 뒤 발길을 돌리는데, 사고수습대책본부 한쪽에 보호자대기실이 눈에 띄었다. 사실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미안한 마음에 가까이 접근하질 못했다. 그곳에는 실종된 두명의 가족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애타게 실종자가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정을 물어 보고 싶었지만,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하기에 멀리서 사진 한 장 을 찍고 돌아섰다.

사무실에 돌아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 보고 들은 것을 기사화하고 있었는데, 실종자 박 기장이 발견됐다는 연락이 왔다. 오후 5시30분께 헬기 추락 지점으로부터 육지쪽 30m지점 수심 17m에서 숨진 채 발견돼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고.

▲사고발생 78시간(5월12일 일요일)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실종자 가족과 협의한 결과 헬기 동체 인양과 수색작업을 동시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오전 9시30분께 헬기를 수심 4m까지 부양시키는 작업이 안동소방서119구조대, 경북도소방본부특수구조단, 중앙119구조단, 해양경찰 해군해난구조대(SSU)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물론 실종자 진 부기장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도 병행됐다.

오전 10시 45분께 사고 현장 수심 4m까지 부양된 헬기가 1시간30여분이 걸려 임하호 전망대 아래 선착장 앞으로 옮겨졌다. 이 헬기를 뭍으로 옮기기 위해 450톤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이 준비를 마쳤다. 오후 2시께 임하호에 추락했던 헬기 동체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는 꼬리와 프로펠러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이 헬기는 25톤 트레일러에 실려 경기도 김포공항에 위치한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김포잔해보관소로 옮겨진다. 여기에서 정확한 추락 경위 등이 조사될 계획이다. 아울러 헬기 제조사인 에릭슨사로도 옮겨져 조사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는 통상 1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헬기가 뭍으로 인양될 무렵 또 다른 소식도 들려왔다. 나머지 실종자 한명인 진 부기장이 발견됐다는 것. 진 부기장은 오후 12시 30분께 헬기 추락 지점으로부터 34m 지점 수심 17m에서 발견됐다. 진 부기장은 오열하는 가족과 함께 박 기장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박 기장과 진 부기장의 장례를 합동영결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두 명 모두 순직 처리해 가족들이 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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