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 목판연구소는 경북 문경시에 있는 부림홍씨 문중으로부터 '허백정집(虛白亭集)' 125장, '목재선생문집(木齋先生文集)' 228장과 '동국통감제강(東國通鑑提綱)' 133장 등 총 3종 486장의 목판을 기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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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정 홍귀달(洪貴達: 1438∼1504)은 홍여하의 5대조로 대사성·대사헌·대제학 등의 벼슬을 지냈으나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세상을 떠난 인물이며, 목재(木齋) 홍여하(洪汝河: 1612~1678)는 안동 출신으로 17세기 영남의 역사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홍여하는 당시 사람들이 중국의 역사는 잘 알고 있으나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고 기존 역사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동국통감제강'과 '휘찬려사(彙纂麗史)'를 저술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기탁받는 '동국통감제강'은 본래 집안의 자제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어진 가숙용(家塾用)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홍여하가 세상을 떠난 지 100여 년 뒤인 1786년(정조 10)에 정식 출간되었다.
'삼국사기'의 내용이 소략하고 사법(史法)이 없는 반면 '동국통감'은 취할 바가 있다고 생각하여 통일신라 이전의 역사를 주자(朱子)의 강목법(綱目法)에 따라 편찬한 책이다. '동국통감'과 달리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을 「본기(本紀)」로 서술한 점이나 고대사를 기자조선-마한-신라를 정통으로 삼고 고구려·백제의 역사는 신라 아래에 부기하는 등 홍여하 자신의 독자적인 역사의식도 돋보이는 저술이다.
부림홍씨 문중은 군위에 대종가가 있고 문경에는 목재 주손가가 살고 있다. 대종가는 맏이의 상속이 이어지는 큰 집이고, 주손가는 맏이의 동생들 집안의 큰 아들이 이어오는 집안을 말한다. 목재 집안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대략 고려 말 무렵부터 군위에서 문경에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휘찬여사(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51호)와 '경재선생실기' 등의 목판 871장을 이미 2011년 12월 군위의 부림홍씨 문중으로부터 기탁을 받아 관리하고 있는데, 이번에 문경 목재 주손가에서 새로 486점의 목판을 기탁함에 따라 오랫동안 흩어졌던 부림홍씨 문중의 목판이 다시 한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목판 인수를 계기로 유교목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 사업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올해 3월, 2009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 응웬 왕조 경판의 등재 과정을 현지 조사한 바 있고, 이어 4월에는 전문가 워크샵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 5월에는 ‘동아시아 목판의 이해와 발전적 계승’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중이며, 6월에는 한 달 일정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소장 목판을 주제로 기획전시를 개막한다. 뿐만 아니라 소장 목판을 주제로 한 심층연구도 올해 착수하여 성과를 201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