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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0-28 09: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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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악양면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산 지리산과 물 맑은 섬진강을 품고 있으며, 멀리 지리산 삼신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시루봉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악양 들녘과 여러 마을을 감싸고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에는 최참판댁․평사리 공원 같은 알려진 명소 외에도 숨은 볼거리와 이야기거리 그리고 슬로푸드가 지천이어서 깊어가는 가을, 일상을 잊고 여유로움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섬진강변 평사리공원

섬진강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전북 진안군의 데미샘에서 발원해 500여 리를 굽이굽이 흐르다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 사이의 하구에서 남해바다와 합류된다. 섬진강은 예로부터 “다사강”(多沙江)이라 불릴 만큼 고운 모래가 많다.

그 넓은 백사장의 섬진강변에 평사리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은 넓은 잔디밭에 해학 넘치는 장승동산을 비롯해 시비와 노래비, 파고라, 주차장, 급수대, 화장실, 매점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한나절쯤 쉬어가기에 충분하다. 또한 섬진강변의 은빛 모래밭을 맨발로 걷는 재미는 이곳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동정호와 쌍소나무

동정호에는 한솥밥으로 천명이 너끈히 먹을 수 있는 큰 솥이 있어 물이 고인다고 전해온다. 바같드물(外屯)에 주둔한 많은 병사들을 위해 밥을 짓던 중 적의 기습으로 밥도 먹지 못한 채 쏟아버리고 솥은 동정호에 버리고 퇴각했는데 그때 쏟아 놓은 밥이 내군산(內軍山)과 외군산(外軍山)이 됐다고 한다

평사리 앞의 악양 들녘 한복판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이들 소나무마저 없었다면 그 넓은 들녘의 허허로움을 어찌 채웠을까싶을 정도로 멋진 소나무이다. 봄에는 싱그러운 청보리밭과 연분홍 자운영밭,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과 어우러진 쌍소나무는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처럼 다정하게 서 있다.

◇평사리 최참판댁

드넓은 악양 들녘과 섬진강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평마을의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다. 박경리 선생이 26년 동안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 속의 최참판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14동의 한옥으로 구성된 최참판댁은 조선 반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었다. 주변에는 TV드라마 <토지>의 오픈촬영장으로 활용된 초가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정감 넘치는 옛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참댁 옆에 자리한 평사리문학관, 전통문화 전시체험관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한산사와 고소산성

최참판댁과 가까운 곳에 한산사와 고소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한산사는 중국의 한산사를 본뜬 사찰로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다. 다만 두 개의 돌기둥 사이로 난 좁은 해탈문이 있다.

한산사에서 산길을 따라서 20분 가량 오르면 고소산성(사적 제151호)에 이른다. 돌로 쌓은 이 산성의 성벽 위에 올라서면 악양 들녘뿐만 아니라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의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의 도도한 물길도 오롯이 보인다.

◇문암송과 십일천송

대봉감으로 유명한 대축마을에는 문암송(천연기념물 제491호)이 있다. 수령이 자그마치 600여 년에 이른다는 이 노송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마치 바위에 앉은 신선 같은 느낌을 준다. 주민들은 옛날부터 해마다 이 소나무에게 제를 올린 뒤에 춤추고 노래부르며 신명나게 놀았다고 한다.

노전마을에도 신령스런 소나무가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반송처럼 넓게 퍼져서 한 그루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십일천송”이라 불리는 이 소나무들은 우리나라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형상의 특이하다.

◇아름다운 숲 취간림

악양면 소재지에 위치한 취간림은 악양천의 중간지점에 수구막 역할을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숲이 되었다. 취간정이 건립된 후 숲의 이름도 “취간림”이라 부르게 됐는데 취간정은 없어지고 숲만 남았다.

숲 한 가운데는 취간정 대신에 한 재일교포가 세운 팔경루가 옛 정취를 대신하고 있다. 취간림에는 일제강점기 때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3000여 명의 항일독립투사의 넋을 기리고 활약상을 기념하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의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암차문화박물관

2만 3000㎡(7000평)의 차밭이 있는 매암차문화박물관에는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과 차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1963년부터 조성된 차밭은 아담하고도 소박하다. 차밭 주변으로는 차를 음미하며 차밭의 자연스런 멋과 여유를 만끽할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의 박물관 건물은 원래 1926년 일본 큐슈대학에서 연구 목적으로 조성한 수목원의 관사였다. 건물 내부에는 차와 관련된 유물뿐 아니라 차의 역사와 문화를 더듬어 볼 수 있다. 10명 이상 신청하면 홍차 만들기, 떡차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임금님 진상품 “대봉감”

“과실 중의 으뜸은 감이요, 감 중의 으뜸은 대봉감”이라 할 정도로 색깔과 모양이 아름답고, 감칠맛이 난다. 하동 전체의 80%이상의 대봉감을 생산하는 악양면은 삼면이 둘러싸인 분지형으로 바람의 피해가 적고, 겨울이 따뜻해서 품질이 우수한 대봉감을 생산하는 적지다.

대봉감은 임금께 진상하던 하동의 진상품으로 소개돼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개량시, 왜감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되어 대봉감으로 부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내달 5일부터 7일까지 대봉감축제가 열려 감 따기․곶감 만들기 같은 체험도 할 수 있다.

◇하동 야생차

우리나라에 차가 전해진 것은 통일신라시대 흥덕왕 때 대렴이 당나라로부터 차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하동에 심겨진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하동녹차는 섬진강과 함께 여러 지류가 있어 안개가 많고, 다습할 뿐 아니라 일교차가 커서 차나무를 재배하기 쉽고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토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하동녹차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차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잔의 녹차를 음미하며 슬로시티 악양을 거니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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