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7-07-03 11:24:38
기사수정
 
숲은 원래부터 ‘스스로 그러하게(自然)’ 있어 왔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이 번성하기 시작한 3억 년 전부터 숲은, 오연(傲然)하달까, 고고하달까, 뭐 그런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우주에서는 태양 빛을, 지상에서는 수분을 포착하여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작을 발달시켜 지구를 푸르고 울창하게 만들어 왔다.

그런 과정에서 동물은 숲으로부터 생명을 얻어 종족을 번식해 왔다. 고생대 데본기 이후 지금까지 모든 동물들이 그랬다.

인간은 700만 년 전 쯤부터 침팬지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무에서 내려와 살다가 사반나로 진출했고 1만 년 전에는 농경과 목축에 눈을 떴다.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가축화했다. 타자화(他者化)한 식물과 동물을 이용하여 생산력을 증강했고 생산량을 증가시켰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는 하산(下山)으로부터, 인류문명의 진보는 숲으로부터의 탈출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러나 이제 그 결과는 크게 우려할 만 하다. 경제의 불균형이, 환경의 황폐와 사막화의 진전이, 건강과 안전의 불확실성이 인간과 사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와 효율성이 갈등 심화…숲이 나섰다

그동안 시대가 일념으로 추구해 왔던 스피드와 효율성이 결국 인간에게 “so what”에 대한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과 오히려 그러한 맹신이 지역간·문화 간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현실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숲의 가치와 역할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해 숲이 나서기로 했다. 스스로 움직여 청소년과 시민과 지역주민에 다가서기로 했다. 현실적 수요는 물론이고 잠재적 수요까지 찾아 실질적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1차적으로 경제 분야에 있어서 나라 숲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림의 효용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유림은 본디 전체 국민에게 무차별한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와 더불어 국유림은 국유림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주민에게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유림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과 국유림의 소득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아주 불편한 일상으로 자리 잡은 황사, 피부로 느껴지는 지구온난화와 중국·몽골지역의 황막화(荒漠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0년 계획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 외곽과 고비사막 주변에 방풍림을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고 내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주변 당사국과 문제의식과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책임을 분담해 황사와 황막화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연대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숲을, 그간 생활환경 저 멀리 바라만 보고, 목재자원으로만 생각하던 숲을 도시 주변과 중심에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향촌의 대립항으로 탄생하여 성장했던, 그러나 이제 피폐된 환경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도시를 자연의 일부로 회귀시켜줌으로써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도시를 번영의 터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요량인 것이다.

지방재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나라에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부지를 매입하여 추진하고 있는 가로수, 공단 및 천변 생태림, 도시산림공원, 경관 서비스림 조성 정비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황사 방지, 자연휴양림, 수목장 등…숲이 다가오고 있다

건강과 안전 분야에 있어서도 숲은 보다 다양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연휴양림을 조성하여 모든 국민이 숲속에 별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도시 주변에 등산로를 만들어 도시민들이 일상 속에서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기존의 등산로를 정비해 등산인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지리산에는 트레일 코스를 새로 만들어 청소년과 노약자들도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역 사회가 숲에서 소득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자연휴양림과 산림욕장의 일부 기능을 특화해 치유의 숲(eco-medicare)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현대병과 도시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는 숲 속에서의, 숲의 기능을 통한 의료 및 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악구조대는 등산인들의 안전을 위해 조직 운영되고 있다. 그간 등산은 국민이 가장 즐겨하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이와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는 미흡했던 감이 컸다. 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었고 훈련된 구조요원과 선진화된 구조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산림항공구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방에서 구조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이고도 체계화된 산악구조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게 했다.

수목장은 숲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최후의 혜택이자 인간이 숲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의례일 듯싶다. 숲이 인간의 삶을 살고, 인간이 숲의 삶을 사는 영원에 귀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숲이 시대를 호흡하며 인간 속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fmtv.co.kr/news/view.php?idx=489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문산역 3차 '동문 디 이시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