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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4-19 14: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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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적으로 지방선거 열기가 한창입니다.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평가되는 경북에서도 각 정당의 공천절차가 거의 완료됐고, 안동시 한나라당 당원협의회는 경북에서 처음으로 상향식 공천방식으로 후보자를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당정치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참신한 실험이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나 참신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배출한 아주 신선한 경선방식이었던 관계로 충격파도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경선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한나라당 공천후보가 결정되었으나 낙선한 후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은 절차의 승복이라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제로섬 게임에서 오는 충격파를 아직 다 수용하지 못한 원인이 가장 커 보입니다.

많이 가진 후보들의 경우 잘못되면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에 대한 이해가 처음부터 부족했던 관계로 아직 현실이 믿어지지 않은 눈치입니다.
그 때문에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아 경선에 대한 효력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반발기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충격파가 워낙 컸던 탓에 경선 후유증 대한 여진이 당분간 이어지라고 판단됩니다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여할 가장 소중한 가치는 승복에 대한 미덕입니다.

인류가 선거란 제도를 발명했으나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그보다 더 뛰어난 제도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미완성의 위대한 최상일 뿐입니다.
그리고 선거제도의 활용이라는 것도 각 나라마다 혹은 각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든 완벽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제도가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장 근접하여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이곳에서도 불합리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알다시피 몇 년 전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고어가 대선후보로 맞붙었지만 불합리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고어는 다 따놓은 미합중국대통령 자리를 부시에게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직접 투표 방식으로 계산하면 국민의 표를 훨씬 더 많이 받은 고어가 당연히 대통령이 되어야 했지만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승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에 의해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때도 우리가 지금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되어 있는 것처럼 국론이 갈라지고 법의 의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고어와 민주당은 법정투쟁을 포기하고 깨끗하게 부시의 승리를 인정했습니다. 결함과 하자보다는 절차에 따른 결과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미국적 가치와 개인의 영광보다는 공동체의 결속을 더 우선시 하는 보편적 가치가 제도이행 과정에서의 결함을 이유로 모든 것을 뒤엎는 혼란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동시 한나라당 당원협의가 주도한 경선방식도 마찬가집니다. 일부 낙선한 후보 진영이 전화번호가 적힌 선거인단 명부가 특정 후보 진영에 유출되어 당락이 결정되었다며 경선무효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겠다는 발상은 본인이 심판받지 못한 모자람을 시비꺼리 하나로 전부 뒤 엎겠다는 위험한 발상이고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번 경선방식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낙선한 진영이 문제 삼는 경선인단의 전화번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원명부가 공개되어 있었기에 누구나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1시간 이내에 122명 선거인단의 전화번호를 조합할 수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각 읍면동의 협의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을 비롯해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어서 공개된 이들의 전화번호는 경선에 참여한 모든 후보가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만약 평소에 공개되어 있는 이들의 전호번호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인으로서의 자격미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4월15일 오후 5시에 선거인단 명부(이름과 주소만 기재)가 공식적으로 경선에 참여한 각 후보에게 전달되고 전화번호가 적힌 문제의 선거인단 명부(이름과 주소 휴대폰번호 기재)가 저녁 10시를 넘긴 시점에 어떤 경로로 일부 후보 진영에 유출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당락에 변수가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후보 진영이 따로 인맥을 총동원하여 그것과는 별개로 전화번호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다 시 한번 말하지만 전화번호의 유출이 대단히 불미스럽고 잘못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당락을 좌우했다고 우기며 다른 의도를 드러내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범위의 문제로 귀결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법원에 경선효력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은 작은 것을 빌미로 판 전체를 엎어 버리겠다는 억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것을 강행한다면 선거판의 이해관계만 앞세운 꼴이 되어 우리 모두를 우스갯 꾼으로 전락시키는 코메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남재수 전 도의원
<약력>
전 안동시의원
전 안동청년회의소 회장
전 안동시 생활체육협의회장
전 경상북도 생활체육협의회 이사
전 경북빙상경기연맹 회장
현 경북스키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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