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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땅과 마케팅의 힘! - 파프리카 돛 달고 일본을 넘어 세계로 홍로원 사과나무엔 만원짜리 돈이 열…
  • 기사등록 2007-02-10 19: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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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개방이라는 대세 앞에서 우리 농업인들은 세계 각국의 농산물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여성농업인들은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또 결혼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농촌 사회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 가고 있다. 농림부는 모두 15회에 걸쳐 개방에 맞서 차별화된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농업인 특유의 섬세함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여성농업인 우리 땅에 뿌리내려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결혼이민자들을 만나 우리 농업의 희망을 모색해 본다.
 

노지 2만평, 시설 원예 2만평의 농장, 농장직원과 직영점 판매사원 40여명, 연간 매출액 25억원. 신선초, 청경채, 겨자 등 40여종의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천지원 농장의 현주소다.

천지원 농장의 김병귀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없었던 1990년부터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긴 호흡을 갖고 유기농·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 ‘좋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산다’는 김 대표의 예측은 적중했다.

젊은 시절 원양어선을 타고 4년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김 씨는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급격히 건강이 악화됐다.


유기농 채소와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그러다가 유기농 채소로 만든 녹즙과 생식 위주의 식이요법을 만났다. 석달 만에 혈압이 정상치로 돌아왔고 운동도 할 수 있었다. 스스로 효능을 체험한 그는 귀농을 결심하고 1990년 전북 김제에서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다.

평생 농사라고는 어릴 적 어깨 너머로 본 것이 전부인 김 씨가 실패를 거듭한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몇 년을 헤매면서 국내 최고의 유기농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1998년에는 전북대 농업개발대학원에 입학해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친환경농산물 유통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하며 각종 영농교육에 참석하는 등 신기술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그를 국내 유기농업에서 선도적 위치에 서게 해, 몇 년 전부터는 한국농업전문학교 채소과 현장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강한 땅이 좋은 채소를 만든다

“언제나 땅이 건강해야 하고, 작물의 컨디션은 항상 최상이어야 합니다. 사람도 몸이 건강하면 잔병치레를 안하잖아요.”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재배기술을 연구하는 김 씨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는 그만의 원칙이다.

김 씨는 지력을 높이기 위해 퇴비에 가장 신경을 썼다. 동물의 부산물, 왕겨, 쌀겨, 생석회 등을 혼합해 2년간 발효시킨 퇴비를 300평 당 5톤 정도로 넉넉히 준다. 그런 뒤 태양열 소독을 해준다. 토양이 40~50℃로 따끈따끈해지면 유익한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천지원은 품질관리를 가장 우선해 균일하고도 규격화된 품질의 상품을 내놓는다. 콜드체인 시스템과 진열 기한제를 통해 믿을 수 있는 고품질 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이 성공의 요소다.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

채소는 땅에서 생명력을 얻기 때문에 수확하는 순간부터 시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채소의 품질 관리, 즉 신선도가 성공의 관건이었다. 오늘 수확한 채소를 당일 밤에 실어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선도 관리를 위해 콜드체인 시스템도 도입했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직영점까지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보내기 위해 저온 저장고, 냉동탑차, 매장의 저온창고, 냉장 벌크로 이어지는 저온관리 시스템이다. 천지원 농장의 채소는 저온상태를 유지하며 소비자를 만난다.

선도 관리를 위한 또 하나의 시스템은 진열 기한제다. 천지원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들은 매장에서 3일 이상 진열되지 않는다. ABC 알파벳 표시가 된 스티커를 활용해 최근 출하일을 표시하고 진열 3일째에도 재고가 있으면 폐기한다.

“폐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에요. 일단 그런 표시가 있으면 보통 매장에서 하루에 얼마나 판매가 되었는지 알 수 있고, 폐기 분량도 파악되죠. 결국 과잉 생산 없이 딱 필요한 양만 생산하게 되는 것이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천지원 농장에서 관리하는 직영점은 다른 곳의 채소보다 30~50%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두 배 정도 비싼 작물도 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고, 비싼 값을 주더라도 산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 씨는 브랜드 관리측면에서도 고품질 고가격 정책은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이다.

김 씨는 언제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 출하 전 마지막에 미각·시각·촉각·후각을 총동원한 감각적 검수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나라면 이 제품을 사겠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포장도 그렇다. 쌈채소의 경우 한가지보다는 여러 가지 묶음 포장을 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고민을 덜겠다 싶어서 시도했다. 상추를 기본으로 신선초·로메인·트레비소 등 10여 가지의 쌈채소를 한 데 담은 일명 ‘유기농 쌈야채 종합세트’는 꽤 오랫동안 천지원 농장의 간판스타였다.

이처럼 김 씨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소품종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선택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물, 고품질의 작물을 재배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소포장 유통도 같은 맥락에서 성공 포인트가 됐다. 생산자나 판매자의 욕심대로라면 많이 재배해서 한꺼번에 많이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채소는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고 싶은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이다. 천지원의 소포장 유통전략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례다.


‘정성 마케팅’과 ‘서비스 정신’

전통적인 농업의 홍보 마케팅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홍보 전략도 천지원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전략 역시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인데 천지원은 나름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소식지를 발행해 회원들에게 보내준다든지, 소비자와 함께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런 일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기업만큼의 규모나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농업 경영체에도 방법은 있다.

소비자는 우리 농가에 대기업 같은 세련됨이나 대단한 규모를 요구하지 않는다. 농산물은 생산하는 이의 마음, ‘정성’이 깃든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서비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등에 있어서도 작은 정성이면 족하다.

“이제 막 시작인 셈인데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들이 끝도 없죠. 중요한 것은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한 농산물을 키우고, 그를 통해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밀려들어오는 수입 농산물보다 훨씬 질 좋은 농산물을 키워야 살아남죠. 유기농 재배를 통해 농촌을 살리고 건강한 사람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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