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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1-10 01: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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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은 조선시대 개성(開城) 출신의 뛰어난 예인(藝人)이자 명기(名妓)였던 황진이의 난초향 같았던 지란지교의 사랑을 재조명하는 국립국악원 대표브랜드 ‘소리극<황진이>’를 오는 11월 26일(목)부터 4일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소리극<황진이>’는 서도소리극 ‘남촌별곡’(1998), ‘시집가는 날’(2000, 2002), 제주소리굿 ‘이어도 사나’(2004)로 이어온 국립국악원 소리극의 맥을 잇고 있으며, 지난 5월 세종조 회례연을 무대화한 국립국악원 대표브랜드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에 이어 2009년 하반기에 첫 선을 보이는 대표브랜드 작품이다.

이미 소설,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소개될 만큼 조선시대를 풍미하며, 문학과 예술에 뛰어났던 당대의 아이콘 ‘황진이’. 다재다능했던 예인(藝人)으로 세계의 문호들과 견줄만한 뛰어난 문학성, 시대를 초월해 남다른 삶을 살았던 인생 여정과 그 속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문화를 고려 해 대한민국의 대표성을 띤 작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중론이 모아져 황진이가 낙점 된 것.

국립국악원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경기민요, 서도민요를 중심으로 판소리와 정가, ‘교방무’, ‘입춤’, ‘장구춤’, ‘태평무’, ‘검무’ 등의 민속무용과 ‘승무’, ‘바라’, ‘나비’ 등의 불교무용 등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춤사위와 조선시대 선비들의 다양한 놀이문화, 선인들의 시, 서예, 동양화 등 한국 문화의 정수와 함께 극적 요소를 가미했다.

국립국악원 무대를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극의 형태로 처음 선보인다. 아울러 창작음악과 다양한 기법의 영상이 구현되는 무대배경은 시대를 앞서 예술성과 문학성을 두루 겸비했던 황진이의 삶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황진이 역에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을 역임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소리꾼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악반주와의 조우를 통한 실험적인 무대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최수정씨가 맡았으며, 이번 소리극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사랑을 상징하는 화담 서경덕 역에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인 이정규씨가 맡았다. 이정규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로 하규일 - 이병성 - 이주환 - 전효준 - 이동규(兄), 이정규(弟)로 5대째 이어지는 정가 집안의 가객이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무용단, 정악단, 객원 등 6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공연은 ‘박씨전’과 ‘심청전’, ‘수궁가’, ‘효녀심청’, ‘쑥대머리’ 등 창극과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을 수십편의 연출을 맡아 지난 1994년 올해의 좋은 연출가 상을 획득하기도 한 서울예술대학 김효경 교수가 총지휘 하고, 음악은 작곡가 김대성, 극본은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용범 교수가 맡았다.

사랑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쳐준 서화담과 펼치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사랑

‘소리극 <황진이>’는 황진이가 기생이 되는 동기를 함축하고 있는 드라마로 시작해 황진이가 기생이 되는 입문과정을 거쳐, 선비들과 교류하고 송도의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고 종친부 벽계수를 꺾어가는 과정을 다양하게 나열한다.

성별과 신분의 차별, 욕심과 허세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을 무기로 세상을 풍자하고,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스스로 위로했던 황진이가 마음으로 존경했던 스승 화담 서경덕으로 부터 위로와 진정한 사랑을 배우며, 사랑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 사랑은 곧 인간에 대한 배움이란 것을 깨달으며, 전하려는 사랑은 가지려는 사랑이 아닌 상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사랑,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사랑으로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시(詩)가 노래가 되고 풍류(風流)가 되어 주옥 같은 황진이의 시들이 아름다운 노래로 재탄생 한다

극본은 문학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주옥같은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상사몽’ 등 시조 8편과 서경덕의 ‘동지음’, ‘마음이 어린 후니’ 등 시 4편, 백호 임제의 시조 ‘청초 우거진 골에’의 총 13개 한시들이 34개의 곡조가 있는 노랫말로 구성됐다.

극본은 국립국악원에서는 처음으로 작사, 스토리텔링, 스크립 등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뢰해 공동작업을 시도했다. 문학박사이자 시인, 작가,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문화콘텐츠학과에 재직 중인 김용범 교수 총괄로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스토리텔링랩(작사: 김용범, 김삼환, 구성: 이지은, 스크립: 윤혜영, 정진이)에서 황진이와 선인들의 모든 원시를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고 다시 한번 노랫말로 바꾸어 작곡자가 선택해 작곡할 수 있도록 한 것.

황진이가 소세양을 그리워하며 쓴 한시, <送別蘇陽谷(송별소양곡)>중….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 情意碧波長(정의벽파장)이 ‘그윽한 매화향내 맡으면 내 모습이 보이나요/ 내 사랑 그대 내일이면 우리 서로 헤어져야 하나요/그대를 그리워하는 내 모습은 물결처럼 출렁거려요’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노랫말로 변한다.

시인의 미문(美文)으로 새롭게 태어난 황진이의 시들은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듯 미려한 음률을 타고 노래가 되어 관객들에게 우리 시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황진이와 선비들의 문학적 대결이 돋보이는 시회(詩會)에서는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잡체시’의 세계를 선보이는데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웠던 학문 높은 선비들의 고고한 놀이라 할 수 있는 시회(詩會)의 재현을 통해 한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옛 선비들의 문학적 깊이와 풍류, 재미까지 함께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황진이 동시대인과 소리로 소통한다

기존의 소리극 들이 기존 전통 민요에 가사를 바꿔 얹어 부르거나, 전통 민요적인 선율과 비슷한 노래를 만드는 소극적인 의미의 창작이었다. 하지만, 이번 ‘소리극 <황진이>’의 노래들은 경기, 서도 민요의 특징을 바탕으로 하지만, 음악을 풀어내는 어법은 서양음악에 익숙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현대적이고 세련된 화성으로 작곡되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소금, 장구 등의 주요 국악기 외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건반 그리고 심벌즈, 공, 윈드차임 등의 서양 타악기도 활용된다.

‘소리극 <황진이>’ 세계를 꿈꾼다

민요를 바탕으로 한 종합극의 시도는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간헐적으로 있어 왔지만, 창극(판소리의 등장인물들을 배역으로 분창(分唱)해 연출하는 극)과 같이 별도의 공연 양식으로 자리 잡혔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대표브랜드 공연 작품을 준비하면서 민요를 근간으로 하는 소리극으로 정악과 궁중무용, 민속악과 민속무용, 창작음악을 아우르고 있는 국립국악원의 모든 역량과 한국 문화의 정수를 담아 국립국악원만의 변별성을 갖춘 소리극의 장르를 개척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인과도 소통할 수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난 5월부터 이에 적합한 소재에 대한 고민 끝에 드디어 ‘황진이’를 낙점 한 것. 황진이는 지금의 황해도 지역의 인물로 향후 남북 교류를 포함한 국가 간 문화교류도 염두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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