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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10-30 13: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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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의 저녁모임 자리 후 가진 茶모임에서 도란도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냉철한 직관력의 기자라는 직업의 필자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보이고만 사건 아닌 사건(?)이 발생해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로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가입하고 있던 모 카페의 지기님 생신날 급 번개 지령을 받고 저녁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회원 20여명이 저녁을 먹은 후, 방 한 귀퉁이에 茶室(차실)을 꾸민 기념으로 茶會(차회)를 가졌으며, 상석에 안주한 여 팽주의 노련한 茶(차)우림 하에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茶會(차회)의 분위기는 참석하신 노스님 한 분이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었고, 좌중들은 맞장구를 치며 양념 역할을 하는 분위기였다.

공부도 많이 하시었지만 탁발을 다니시며 보고 들은 이야기에서 섭렵된 지식들과 오랜 경륜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노스님의 이야기는 마치 법문을 펼치시는 듯 좌중들의 눈과 귀를 송두리째 가져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님들이 그러하듯 일단 출가를 하게 되면 속가에서의 인연은 모두 소멸시켜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함에도 사람의 인연이 어디 그러 하던가? 모진 것이 사람의 情이고 인연이라고 했던바 노스님과 어머님과 가족들의 인연은 스님이 되어서도 그 연결고리의 지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세월이 흘러 아마도 (실례가 될까하여 감히 여쭙지는 않았지만) 치매기가 있으셨던 모양인 어머님을 노스님께서 모시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출타했다 돌아오니 어머님께서 옷을 홀랑 벗으시고 한 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다가 “어디 갔다 이제 오냐?”시며, “또 날 버려두고 갔구나!” 라는 생각을 하셨노라고 이야기하시더란다.

스님이 어머님을 두고 부처님 곁으로 출가함이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심에 그 마음이 두고두고 사무쳐 치매에 정신이 없으신 경황 중에도 당신은 금쪽같은 내 자식이 이번에도 나를 두고 가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신 것이리라.

노스님은 “엄마! 엄마를 두고 내가 가긴 어딜 가요? 이제부터는 엄마를 떠나지 않을게요.”라며 어머님 목욕을 시켜 드리면서 보니 젖을 빨며 갈증과 배고픔을 해소 시켰던 영아시절의 기억에도 통통한 당신의 그 젖이 쭈글쭈글 가슴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 마음이 아팠다는 대목에서 필자는 필자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게 충혈 되고 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화장실을 핑계로 바깥에서 한 줄기 눈물을 쪽 짜낸 필자는 다시 좌중 속에 합류 하였지만 계속되는 노스님의 어머님 이야기에 마침내 여러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여성회원들도 여럿 있었지만, 서너 명의 여성회원들이 그저 눈시울만 붉힐 뿐 정작 드러내 놓고 눈물을 보이고 만 사람은 필자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눈물에 가려 알지 못했던 것이다.

불가에서 ‘부모은중경’ 또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이라 하는 경전과 유교에서 말하는 ‘효경’을 주역해 놓은 글들의 부분을 읽어 보거나 낭송테이프를 접하고는, ‘부모님께 잘해야지’, ‘효도 해야지’하는 결심을 하곤 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정작 필자는 속만 썩여 드렸던 것을 노스님의 말씀이 가슴 깊은 심연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머릿속 효의 카테고리를 돌고 돌아 눈물로 변하여 나온 것이리라 생각되어진다.

그만큼 필자는 부모님의 속을 썩였고 평소 불효자였던 것이다.

그날의 모임 후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있어 평소 부모님에게도 화를 잘 내고 짜증을 자주 냈던 필자의 생활에 약간의 변화가 있는 건 부처님의 법력을 빈 노스님의 덕분 이었을까? 요즘 들어 매일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마음에 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다잡은 마음이 언제 다시 희미해질지 두렵기까지 한 것은 아직도 철이 덜 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글을 적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필자의 어머님이 조금 전에도 먼저 전화를 걸어 오셨다. “때가 되었는데 저녁은 먹고 다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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