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교통약자' 개념이 새로 도입되었다. 교통약자는 혼자서는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하기가 어렵거나 지장이 많은 사람을 이른다.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임산부, 영·유아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 등이다.
우리나라 국민 네 사람 중 한 명은 교통약자다. 또한 누구든지 유아기와 노년기를 겪으므로 일생의 상당기간 동안 교통약자의 처지가 된다.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10~20년 전부터 교통약자 이동환경 개선을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장애인, 고령자 등을 위한 이동편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교통약자 배려, 선진국에 10~20년 뒤져
일본의 경우 1993년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고 각종편의시설을 설치하였으며 2000년에는 교통 무장애(Barrier-Free)법을 제정하고 여객터미널 내 단차해소(횡단보도나 교차점에서 보도와 차도의 경계 턱을 없애는 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 장애인 화장실 등을 2010년에 완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야 비로소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하철역사 내 휠체어리프트, 점자블록, 계단 옆 오르막경사로 등의 시설을 설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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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이미 설치된 시설들도 연속적인 이동경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각종 이동편의시설의 설치율과 이용객의 만족도를 고려한 이동편의지수를 개발해 측정한 결과, 버스이용자의 이동편의지수는 100점 만점에 8점 수준에 불과했다. 지하철은 42점, 항공기는 38점, 여객선은 8점으로 평균 24점 수준이다.
이러한 여건은 대중교통 활성화와 선진교통서비스 실현이라는 당면과제와 함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정의 불가피한 사유가 되었다.
이동편의지수 24점 → 60점 목표
정부는 이동편의지수를 2011년까지 60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5년간의 마스터플랜인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했다.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38.5%(연간 2,457명)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 우선 편히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 개선부터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지자체별로 교통약자가 포함된 ‘보행불편 실태조사단’을 구성해 주요 보행로를 점검하고 불법 주정차량·보행장애물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한 3191㎞의 도로와 보도는 갓길이나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보도 폭 확대와 기울기 완화로 걷고 싶은 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시각 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 3020기를 추가 설치해 전체 신호등의 49%에 설치되었던 것을 59%까지 늘린다.
둘째, 지역별로 이동편의거점을 육성한다. 교통약자를 유형·거주·이동 실태별로 조사해 주요 거점역 및 이동로를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수송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거점역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으로 정비하고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와 휠체어 탑승설비 등이 장착된 특수교통수단을 집중 운행할 계획이다.
셋째, 교통약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한다. 유모차, 휠체어의 탑승이 가능하고 노약자 뿐 아니라 일반대중도 한층 이용하기 편리한 저상버스는 대중교통이용 활성화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간 저상버스 운행에 걸림돌이 되었던 버스정류장 주변의 턱을 낮추고 수입에 의존해 온 부품 등의 국산화로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2013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50%를 교체한다.
아울러 버스 운행정보 안내판을 설치하고 철도역사 75개소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하여 전철과 기차를 이용한 이동이 좀 더 용이해 질 전망이다.
넷째, 교통약자별 맞춤형 이동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고령자 등을 위해 승강설비가 갖춰진 장애인용 택시와 셔틀버스를 5년간 1092대 새로 보급한다. 교통약자가 원하는 교통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지원 콜센터를 구축하고, 철도역 등에 장애인, 노약자 우선창구를 마련해 도우미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 중심 교통’ 위한 첫걸음 떼었다
다섯째,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다. 이동환경 개선에 대한 일반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와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체인 교통사업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며, 교통약자 이동편의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 양성에 힘쓸 것이다.
이 같은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지자체와 민간의 적극적인 협조로 중앙정부 4307억원, 지자체 7294억원 민간 576억원을 분담해 투자한다.
또 앞으로 건설될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혁신도시도 모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도시로 설계된다.
아울러 교통수단, 도로 뿐 아니라 도시, 건축물, 공원 또한 장애 없는 생활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인증제를 실시한다. 인증 받은 건축물의 분양가 산정 시 관련 공사비용을 추가 인정하는 등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해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번 계획은 사람 중심의 교통환경 조성을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교통체계 전반이 교통약자 중심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장애인과 고령자들도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여건 형성의 큰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