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가 도시 외연을 확장하며 미래도시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덕양구 내곡동은 그 흐름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남겨진 공간이 되고 있다.
위치상으로는 고양시 도시 확장의 중심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상 ‘그린벨트’라는 틀에 갇혀 실질적인 도시 성장의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고양 내곡동 286-20번지 일대는 도시의 핵심지대라 불릴 만한 입지에 있다. 동쪽으로는 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 남쪽으로는 일산신도시, 서쪽으로는 고양스프링힐스 골프장과 인접해 있다. 그러나 이 세 개의 대규모 개발·관광·주거지대가 형성되는 동안, 이 세 축을 연결하는 위치에 놓인 내곡동만은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다.
이 일대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농촌마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한 행정지연의 결과물이다. 지역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자비로 소로1류 도로와 지하차도 연결 설계를 마치고 일부 구간은 실질적으로 개설까지 완료했지만, 고양시 도시계획의 우선순위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고양시가 최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는 국토교통부까지 참여한 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이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내곡동은 어떠한 연계계획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더욱이 일산신도시의 확장 흐름도 마찬가지다. 도로 하나 건너 ‘도시’가 시작되지만, 내곡동은 여전히 도시 경계 밖의 ‘유예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를 “정책 설계에서 나타나는 고전적 행정 사각지대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내곡동은 도시확장 정책에서 명확한 역할 규정이 부재한 채 방치되어 왔으며, 그 결과 기반시설 조성, 용도지역 변경, 인허가 심사 등에서 반복적인 행정지연과 불투명한 대응을 경험하고 있다.
더불어 고양시가 내곡동과 직접 연계된 지역을 도시계획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음에도, 이 지역의 주민 의견이나 민간 자발적 개발 노력에 대해 제도적 피드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도시 발전의 수혜 범위를 특정 지역에만 집중시키고, 인접 지역을 정체 상태로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민 C씨는 “한쪽에선 ‘지식융합단지’, ‘AI 클러스터’라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 쪽엔 행정 담당자조차 오지 않는다”며 “도시화라는 말이 어느 날 우리 삶에서 멀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양시의 '균형발전' 전략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런 행정적 경계선에 놓인 지역의 기능적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곡일산화정축을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지역으로서 내곡동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설정해야 도시 내 연결성과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도시계획도 상에서의 “이음매”로서가 아니라, 실제 주민 생활권과 경제 활동의 연결지점으로 내곡동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고양시가 ‘도시의 외곽을 중심으로 다시 보는’ 접근으로 내곡동과 같은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복원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만이 아닌, 도시정책 안에서 이 지역이 어떤 역할과 가치를 지니는지 전략적 도시 내재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