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방서에서 응급환자 이송과 구급활동을 지도하는 구급지도의사가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해 일선 현장을 떠나면서, 일부 소방서에서 월 1회 의무적으로 진행되던 방문근무조차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응급의료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은 지난 3일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국 261개 소방관서의 구급지도의사 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의료집단행동 이후 강원, 충남, 전남, 경북, 제주 등 20여 곳의 소방서에서 구급지도의사의 월 1회 방문근무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지도의사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소방서에 1명 이상 배치되어 119대원의 구급활동을 지도하고, 의료적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올해 3월 이후 구급지도의사의 방문근무가 중단된 소방서는 급격히 늘어났다. 1·2월에 각각 11곳이었던 방문근무 중단 소방서는 8월에 27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의료대란 이후 구급지도의사들의 현장 방문이 중단되면서 응급의료 시스템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방문근무가 중단된 소방서는 주로 강원(9개소), 충남(4개소), 전남(4개소), 경북(5개소), 제주(4개소) 지역에 분포하며, 해당 지역의 응급환자 대응에 차질이 예상된다.
구급지도의사들은 각 시도의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도 근무한다. 이곳에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통해 119구급대원에게 전화나 영상으로 응급의료 지도를 제공하는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중증환자 상태를 관리하고 응급처치를 지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맡은 구급지도의사마저 의료대란으로 인해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강원도에서만 구급지도의사 14명 중 3명이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구급지도의사는 전국적으로 429명이 선임되어 있으나, 경기도를 제외하면 각 시도의 소방서에서는 주간 1명, 야간 1명이 근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루 12시간 근무 시 주간 40만원, 야간 50만원의 수당을 받지만, 11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로 인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청은 구급지도의사 퇴임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구급지도의사의 이탈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소방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소방청은 대책 마련에 소홀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급지도의사 이탈 현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근무수당 인상 등 처우 개선을 통해 일선 구급대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의료대란이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내며, 의료진과 소방대원 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와 소방당국이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응급의료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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