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1년 동안 4천 건이 넘는 수술을 혼자 집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의사는 2019년 한 해 동안 4,016건의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의사가 연중 쉬는 날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평균 13건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술 횟수다.
박희승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해당 의사가 매일 10건 이상 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 같은 대량 수술 건수는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이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진료기록부에 의사가 집도의로 기재된 사실과 실제로 수술이 진행된 정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해당 의사는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매년 수천 건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만 4,016건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3,633건, 2021년 3,486건, 2022년 3,123건으로 집계되었다. 2024년 상반기까지도 이미 1,384건의 수술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수술 건수에 비례하여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험 청구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위 기록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있었다면 관련된 보험 급여비가 부당하게 청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의사와 관련 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고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의협이 해당 의사에 대해 즉각적인 징계 조치를 취하고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고발을 단행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공익감시 민권회의, 국민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며, “의협은 일부 회원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2023년 부산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에 가담한 사건을 언급하며, 의협이 그 당시 해당 의사를 징계한 것처럼 이번 사건에서도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협이 회원들의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처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대응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의협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하며,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 과정에 참여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이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간호조무사나 영업사원이 환부를 벌리거나 의료용 드릴을 사용하는 등 의사가 해야 할 수술 행위에 참여한 것이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박희승 의원도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 기록이 허위로 작성된 뒤 보험 급여비를 청구했다면, 이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은 부당하게 청구된 보험료를 환수하고, 대리수술 혐의가 있는 의사들에게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건수를 늘리기 위해 무면허 인력이 수술에 참여하거나, 수술을 전담하는 의사가 직접 수술하지 않고 다른 인력이 대신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행위는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의료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협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의협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향후 의료계 내 자정 노력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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