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방예산은 24조6967억원. 이 가운데 27.6%에 해당하는 6조8203억원의 예산이 방위력 개선부문에 투입된다. 첨단장비 구축이 핵심이다. 차기 보병장갑차 양산, 3000톤급 잠수함 건조, 신형 전투기 교체 등 육·해·공군의 핵심장비를 갖추는 한편 7000톤급 이지스함 건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 등에 지원된다.
이처럼 각종 무기 및 군수장비 도입·개발 사업을 군 내부에서는 획득사업이라 부른다. 우리 군 내부에서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획득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 초. 1974~1981년 8개년 계획으로 진행된 1차 전력증강사업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강병론자의 상징이기도 한 율곡 이이 선생의 호를 따 율곡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30년이 경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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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획득사업은 비리 혹은 의혹이란 꼬리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사건’으로 드러난 이른바 1993년 율곡사업이 단적인 예.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전력증강을 위해 도입한 무기가 도리어 군의 사기를 무참히 깎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획득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이 출범했다.
■ 율곡은 이제 ‘비리’와 파혼하라
1993년 7월 전직 국방장관들과 참모총장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미국산 전차를 재조립한 것이 순식간에 국산 전차로 둔갑했다. 수입가격 3억2000만원 짜리가 28억원으로 부풀려졌다. 전차의 예는 빙산의 일각. 당시 최대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것은 전투기 도입부문. 무려 50억달러가 들어갔다. 우리 돈으로는 ‘조’ 단위다. 별로 크지 않은 방위산업체 사장이 여기저기에 수 십억원씩 현찰로 돈을 건넸다. 사람 저마다에게 수 억 원이 현찰로 전달됐다. 사업비를 둘러싸고 리베이트와 뇌물이 횡행했다.
‘사랑하는 린다에게’로 시작되는 국방장관의 편지 한 통이 우리 군의 방위력개선사업에 다시 치명타를 입혔다. 백두·금강사업과 관련한 1998년 ‘린다김 파문’. 로비를 받고 비싼 기종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공공연했다. 장비의 성능마저 미달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 사건으로 육·해·공 3군의 영관급 장교 4명이 기소됐다. 전직 국방장관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백두.금강사업은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정찰기 도입 사업이다. 정찰기에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비를 달아 평양 이남지역 까지 촬영하겠다는 것. 군사시설은 물론 축구공만한 물체까지 세세하게 식별, 정보 수집 기능의 일대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북한 지휘통제 계통의 각종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한 전파 감시도 포함됐다. 그 범위가 백두산 일대까지. 이 사업의 핵심은 첨단 영상정보탐지장비. 결국 린다김을 로비스트로 내세운 미국 E-시스템의 장비가 채택됐다.
국방획득 분야는 과거 수차례 국방부 자체 개혁이 있었음에도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외국에서 무기 하나를 들여오는데 밟아야 하는 절차는 총 32단계에 이른다. 게다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 기존 8개 기관에서 나눠서 일을 한다. ‘각방’을 쓰면서 ‘다단계’로 서로를 견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군사보안을 내세운 획득업무의 과도한 폐쇄성이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은 첩첩이 감시통제 절차를 마련하더라도 몇몇의 담합만으로도 ‘구멍’이 날 수 있다. 2003년에도 비리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전 국방품질관리소 소장이 1998년부터 4년 동안 23차례에 걸쳐 ‘검은 돈’을 받았다. 복잡한 절차와 분산된 조직체계가 오히려 역기능을 한 셈이다. 감시기능은 떨어지고 책임소재 규명 역시 어렵게 됐다.
■ 무기사업체계 관건은 투명성·효율성·전문성·경쟁력
2003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됐다. 결국 범정부 차원의 총체적 점검을 위해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 원점에서부터 개혁 방안을 모색하라는 대통령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곧바로 국방획득제도개선위원회 및 국무조정실에 관계부처 실무작업단이 꾸려졌다. 획득제도의 관건은 투명성·효율성·전문성·경쟁력 강화. 개혁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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