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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출범 국방획득 사업 ‘신뢰’ 높아졌다 - 모든 업무과정 공개 원칙…자발적 감사 요청 -
  • 기사등록 2007-01-25 00: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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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방예산은 24조6967억원. 이 가운데 27.6%에 해당하는 6조8203억원의 예산이 방위력 개선부문에 투입된다. 첨단장비 구축이 핵심이다. 차기 보병장갑차 양산, 3000톤급 잠수함 건조, 신형 전투기 교체 등 육·해·공군의 핵심장비를 갖추는 한편 7000톤급 이지스함 건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 등에 지원된다.

이처럼 각종 무기 및 군수장비 도입·개발 사업을 군 내부에서는 획득사업이라 부른다. 우리 군 내부에서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획득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 초. 1974~1981년 8개년 계획으로 진행된 1차 전력증강사업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강병론자의 상징이기도 한 율곡 이이 선생의 호를 따 율곡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30년이 경과했다.
 
하지만 획득사업은 비리 혹은 의혹이란 꼬리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사건’으로 드러난 이른바 1993년 율곡사업이 단적인 예.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전력증강을 위해 도입한 무기가 도리어 군의 사기를 무참히 깎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획득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이 출범했다.

■ 율곡은 이제 ‘비리’와 파혼하라

1993년 7월 전직 국방장관들과 참모총장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미국산 전차를 재조립한 것이 순식간에 국산 전차로 둔갑했다. 수입가격 3억2000만원 짜리가 28억원으로 부풀려졌다. 전차의 예는 빙산의 일각. 당시 최대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것은 전투기 도입부문. 무려 50억달러가 들어갔다. 우리 돈으로는 ‘조’ 단위다. 별로 크지 않은 방위산업체 사장이 여기저기에 수 십억원씩 현찰로 돈을 건넸다. 사람 저마다에게 수 억 원이 현찰로 전달됐다. 사업비를 둘러싸고 리베이트와 뇌물이 횡행했다.

‘사랑하는 린다에게’로 시작되는 국방장관의 편지 한 통이 우리 군의 방위력개선사업에 다시 치명타를 입혔다. 백두·금강사업과 관련한 1998년 ‘린다김 파문’. 로비를 받고 비싼 기종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공공연했다. 장비의 성능마저 미달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 사건으로 육·해·공 3군의 영관급 장교 4명이 기소됐다. 전직 국방장관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백두.금강사업은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정찰기 도입 사업이다. 정찰기에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비를 달아 평양 이남지역 까지 촬영하겠다는 것. 군사시설은 물론 축구공만한 물체까지 세세하게 식별, 정보 수집 기능의 일대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북한 지휘통제 계통의 각종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한 전파 감시도 포함됐다. 그 범위가 백두산 일대까지. 이 사업의 핵심은 첨단 영상정보탐지장비. 결국 린다김을 로비스트로 내세운 미국 E-시스템의 장비가 채택됐다.

국방획득 분야는 과거 수차례 국방부 자체 개혁이 있었음에도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외국에서 무기 하나를 들여오는데 밟아야 하는 절차는 총 32단계에 이른다. 게다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 등 기존 8개 기관에서 나눠서 일을 한다. ‘각방’을 쓰면서 ‘다단계’로 서로를 견제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군사보안을 내세운 획득업무의 과도한 폐쇄성이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은 첩첩이 감시통제 절차를 마련하더라도 몇몇의 담합만으로도 ‘구멍’이 날 수 있다. 2003년에도 비리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전 국방품질관리소 소장이 1998년부터 4년 동안 23차례에 걸쳐 ‘검은 돈’을 받았다. 복잡한 절차와 분산된 조직체계가 오히려 역기능을 한 셈이다. 감시기능은 떨어지고 책임소재 규명 역시 어렵게 됐다.

■ 무기사업체계 관건은 투명성·효율성·전문성·경쟁력

2003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됐다. 결국 범정부 차원의 총체적 점검을 위해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 원점에서부터 개혁 방안을 모색하라는 대통령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곧바로 국방획득제도개선위원회 및 국무조정실에 관계부처 실무작업단이 꾸려졌다. 획득제도의 관건은 투명성·효율성·전문성·경쟁력 강화. 개혁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됐다.
 
그 결과 마련된 최종안이 ‘방위사업청’ 모델. 국방부 및 관련 군 기관에 흩어져 있는 획득업무조직을 한데 묶어 별도의 ‘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이다. 획기적인 제안도 첨부됐다. 주요 정책결정은 민간전문가가 맡고 군은 사업 관리를 수행한다는 것. 또 업무 또한 전 과정 공개를 의무화 했다. 2005년 1월 방위사업청 발족을 골자로 한 ‘국방획득제도 개선방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6월에는 방위사업청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획득업무 제도개선사항을 수렴한 방위사업법(안) 역시 6개월 뒤인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각종 무기도입 및 군수조달을 총괄하는 독립조직의 출현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연간 예산만 10조원에 달하는 거대조직인데다 우리 군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국방획득 개혁사업인 때문이다. 기존의 제도가 혁신적으로 바뀌는 만큼 반대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방위사업청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주장이 곧바로 나왔다.

주장의 요지는 주요 정책결정 및 예산편성 등의 권한은 기존대로 국방장관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 결정은 국방장관이, 집행은 방위사업청장이 담당하는 식이다. 이른바 ‘균형과 견제론’이다. 여야 대치국면 속에서 관련 법 국회통과가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방위사업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됐다.

비리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개혁사업의 핵심인 만큼 이 주장은 호소력이 떨어졌다. 방위사업청이 기존 획득업무 부서와 차별화되는 것은 조직 편제상 국방부 소속의 외청이지만 사실상 독립기구라는 점이다. 주요 정책결정 및 예산편성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독립기구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06년 2월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다. 방위사업청 신설의 근간이 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적법하다는 해석이었다.

■ 튼튼한 대한민국을 약속하는 ‘방위살림꾼’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정부의 입장은 더욱 확고하다. 개혁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뢰받는 방위사업 구현 △효율적인 방위사업 추진 △고객지향적인 방위사업 관리 △방위산업 및 국방R&D 경쟁력 강화 등이 4대 정책추진 방향이다.

이를 위해 민·군간의 역할분담부터 명확히 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민간 전문인력이 주요 정책결정을 주도한다. 군은 무기 체계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관리를 맡는다. 따라서 직급별 민·군의 보직 또한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투명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정책실명제, 통합사업관리제, 청렴서약제, 청렴옴부즈맨, 투명성평가위원회 등 다양한 방식이 새로이 도입됐다.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정보공개심의회 또한 운영된다. 방위사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 과정은 공개가 원칙이다.

정책실명제는 주요 정책결정이나 집행 때 참석자의 인적사항, 발언내용, 결정과정 등을 기록해 사업이 끝난 후 해당 사업 이력서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 의사결정의 책임성을 강조한 것이다. 방위사업청 옴부즈만으로는 현재 3인이 활동 중이다. 행정감찰관 격인 이들은 민원 발생시 시정권고 또는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

청렴서약제는 방위사업청 근무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입찰·계약에 참여하는 업체도 청렴계약이행서약서를 내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했다. 청렴 서약을 위반한 경우 업체는 1년의 범위안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거나, 방산업체 지정취소를 당할 수 있다.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새롭게 등장했다. 먼저 무기 체계 분야별로 1개 업체를 지정, 연구개발·생산에 사실상의 독점권을 보장하던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2008년 말 일괄 폐지된다. ‘독점’이 기술개발을 가로막아왔다는 판단에서다. 국방연구개발 육성책도 함께 마련됐다. 2015년까지 국방비의 10% 수준을 투입한다. 특히 핵심기술개발 예산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20% 수준을 우선적으로 보장한다. 또 방위산업 물자의 수출 지원을 위해 방산진흥국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의 방산수출지원협의체도 운영한다.

■ 적기에 질 좋은 제품을 경제적으로 갖출 수 있는 시스템 구현

방위사업청 활동이 새삼 각별한 이유는 우선 두 가지.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클린 방위사업청’ 구현 열기는 사업 추진 1년만에 조직 곳곳에 ‘혁신’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1인1제안운동에 쏟아진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무려 400여 건. 우수 혁신사례로 심사 대상에 오른 것만 모아도 34건이다. 이 가운데 ‘자발적 클리닉 감사제도’는 2006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 부처로서는 최초다. 각 사업부서가 문제 소지가 있는 사항에 대해 자발적으로 감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피동에서 능동으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각종 국방예산 절감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군수지원(ILS) 분석시스템 개발이 단적인 예. 국방예산 가운데 각종 무기도입 및 개발 비용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운용유지 비용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고정비용’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재고관리프로그램인 셈이다. 이 체계의 도입 적용으로 11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밖에도 한국형 성과관리 통합시스템 도입, 군수품 목록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고객만족, 조달행정 서비스체계 구축, 방산물자 원가 및 이윤제도 개선 등 능동적 혁신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정부혁신의 구체적 사례로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육·해·공 3군 균형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불어넣었다는 점도 강조해야할 사항이다. 기존 8개 획득조직을 통합, 일원화함으로써 3군 전력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발판을 자연스럽게 마련했다. 여기에 방위사업청의 본격 출범에 따른 다양한 전문화·효율화 방안들이 제시되면서 3군 균형발전에 필요한 무기체계 획득 우선 순위 역시 보다 과학화되는 모습을 띠게 됐다. 적기에 질 좋은 제품을 경제적으로 갖출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이는 디지털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국방개혁2020사업과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이선희 방위사업청장은 “획득사업의 관건인 투명성·효율성·전문성·경쟁력 등을 201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혁신사례 발굴과 제도적 정착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협력적 자주국방의 굳건한 토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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