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에 있어서 ‘정부 역할’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다섯 번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 마무리발언을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국민들이 도전적으로 대응하고 감당할 역량이 있다고 믿고 시작한 것”이라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고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상생협력 사례의 분석과 검증을 통해 그 내용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고, 정책도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면서 “대·중소기업이 합리적인 협력을 통해 성공하는, 높은 의식과 제도로 발전해 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상생협력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이리 가자 저리 가자’ 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적절한 경영전략이고 국가발전 전략이라면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어떤 정책이 성과가 없거나 그 성과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는데, 상생협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 “시장에서 대기업과 파트너십에 이를 만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그동안 대체로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이유에서 동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경쟁의 질서는 거역하기 어려운 시장질서이어야 하므로, 정부가 강력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며 “시장주의가 ‘승자독식’의 질서로 바뀌고 그 이후에 경쟁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이 번영을 뒷받침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기업의 실무자들은 성과에만 집착할 수 있으므로 상생친화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인센티브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
노 대통령은 끝으로 “이것으로 여러분을 보는 것은 마지막인 것 같다”며 “상생협력이라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정부가 개입하는데 대해 고민도 있었지만 정부가 장을 마련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상생협력을 하다보니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며 “미흡한 것이 있지만 참여정부가 끝나도 상생협력 전략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계속 발전시켜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자유토론 시간에 “지난 2년간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고, 체계적인 정책이 되었다고 평가한다”며 “다만 아직 기술, 인력, 자금, 마케팅의 측면에서 더 노력해야 하고,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야 경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생산량의 75%가 수출되므로 중소기업의 기술과 품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며 “현대차의 경우 ‘게스트 엔지니어링’ 제도를 통해 설계단계에서부터 부품업체와 협력하고 있고, 자동차부품산업재단을 통해 품질기술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므로 부품회사와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마케팅과 디자인은 대기업이 한다고 하더라도 품질과 성능은 협력회사가 하는 것으로, LG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LG와 협력회사 전체의 경쟁력”이라며 “기술·자금 지원, 성과 공유를 통해 국내 협력업체가 튼튼한 사업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년간 상생협력을 기업문화와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중소기업의 인적 역량 향상, 성과 공유 및 글로벌 동반진출, 2·3차 벤더와의 상생협력 등을 중점 추진했다”며 “‘상생 아카데미’를 통해 약 1만6000명의 협력사 인력 교육을 실시했고, 1차 벤더 평가시 2·3차 벤더와의 상생관계를 반영하는 등 앞으로 더욱 진화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그간 기업들의 노력으로 상생협력이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도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금년도 상생경영 투자계획은 2조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내다봤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로만손 사장)은 “상생협력 정책의 지속적 추진으로 대·중소기업 간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우수 상생협력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 유통업체의 판매장려금 요구, 특허 관련 자료 요구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잔존하고 있어 아쉽다. 대·중소기업 간 교류회와 ‘원자재가격 납품단가 연동제’ 실시를 건의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는 개회선언에 이어 세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상생협력 영상물 상영, 염홍철 중기특위위원장의 상생협력 성공사례 발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의 상생협력 정책 종합보고 및 향후 과제, 자유토론, 대통령 마무리 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행사는 오후 4시 40분까지 1시간 40분간 이어졌으며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과 경제단체 및 유관기관 대표, 중소기업 대표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2005년 5월부터 개최된 상생협력 회의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