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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은 이상교 시인의 동시집『찰방찰방 밤을 건너』 - 벌레 한 마리라도 방해하지 않고 따뜻하고 온유하게 여기는 생명존중을 녹…
  • 기사등록 2020-04-21 13:39:02
  • 수정 2020-04-21 13: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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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문학상은 권정생선생님의 삶과 문학의 정신을 잇는 작가와 작품을 찾아 격려하고, 선생님의 숭고한 뜻이 더 풍성한 울림으로 번져갈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제정되어 제 11회를 맞았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심사과정은 출판사와 문학전공교수, 아동문학작가와 평론가등 100여분께 추천받은 1차 후보작 43편 가운데 빼어난 문제의식과 작품성을 지니면서 아동‧청소년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5권을 선정하여 본심심사를 하였다.
심사위원인 서정홍(시인, 심사위원장), 임정자(동화작가, 기수상자),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심사 기준부터 확인한 후 논의를 시작하였다. 후보작 5편을 모두 살펴본 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김하은의 『변사 김도언』과 이상교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 두 편을 놓고 고심했다. 두 편 다 수상작으로 결정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상교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는, 시인이 생사를 다투는 시간을 건너 와 ‘침대 벽에 잠자코 기대앉았을 때 비로소 들려온 작은 소리와 생명들의 움직임을 ‘고요하다가 아프다가 눈물 나다가 철들다가’하며 쓴 시들의 모음집이었다. 1974년에 등단한 후 시인은 47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이번 작품집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낸 뒤에도 시 쓰는 손을 내려놓지 않고 끝없이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이고 눈길을 주며 간결함과 시인만의 유우머로 담아냈다. 이젠 눈이 많이 어두워졌음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거듭해서 수정하기를 마다않는 시인의 모습은 후배작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김하은 작가에게는 차기작을 기대하고, 이상교 시인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를 만장일치로 11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이상교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자랐다. 1973년 어린이잡지 『소년』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그리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입선 및 당선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처음 받은 상장』 『좁쌀영감 오병수』 등과 그림책 『도깨비와 범벅 장수』 『야, 비 온다』 등이 있고, 동시집으로는 『예쁘다고 말해 줘』 『고양이가 나 대신』 등이 있습니다. 세종아동문학상과 한국출판문화상, 박홍근아동문학상 등을 받았고 『예쁘다고 말해 줘』가 IBBY 어너리스트 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상교 시인은 수상소감으로 “지지난 해에는 지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몇 해 전에는 안과적 질환으로 시력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나빠진 시력으로 낙상, 허리를 다쳐 워커가 아니면 보행이 어렵게 되었다.
그런 내게 시력 손상은 가없는 절망이고 좌절이며 슬픔이었다.
어떻든 다소 시름겨울 즈음해 날아든 권정생문학상 수상 소식!
첫아이 첫돌 때, 감나무에게, 전봇대에게, 때마침 피어난 꽃에게 고했듯, 수상 소식을 퍼뜨리고 싶어 혼이 났으며 참느라 또 혼이 났다.
스스로 놀랍고도 대견하다. 선생님께서 시상식 자리에 내내 계시면서 잔잔한 웃음을 보내 주실 듯싶다.“  고 하였다.

수상식은 경북 안동에 소재한 권정생동화나라에서 5월 17일 11시에 <권정생 선생 귀천 12주기 추모의 정> 2부에서 한다.

* 문의 :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최윤환 이사 054-858-0808 / 010-3809-0291) 사무처장 김석현. 간사 김영해

 

제 11회 권정생문학상 심사평

올해로 권정생문학상은 11회를 맞는다. 처음엔 상 이름을 권정생창작기금수혜작 또는 수혜자라고 불렀는데 작년 그러니까 10회째부터는 이름을 권정생 문학상이라고 바꿔 상의 권위를 드러내고, 선정 기준을 좀 더 또렷이 하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여 다수의 작품을 발표한, 등단 10년 지난 작가가 최근 2년 사이에 발표한 작품을 후보작으로 한다든지, 그동안 열 차례 문학상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를 본심 심사의 중심에 놓는다든지 하는. 물론 이 기준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권정생’ + ‘문학’, 그리고 어느 상이나 그러하겠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심사위원인 서정홍(심사위원장), 김지은, 임정자 세 사람은 심사 기준부터 확인한 후 논의를 시작하였다.

올해도 100명이 후보작을 추천하였는데 추천받은 작품은 총 43편이었다. 그 중 본심에 올라온 5편은(작가명 가나다순) 김기정의 『모두 잘 지내겠지?』, 김하은의 『변사 김도언』, 송재찬의 『비밀에 갇힌 영혼』, 이상교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 장세정의 『튀고 싶은 날』이었다.
5편 모두 주제의식이나 작품성이 훌륭하여 심사위원 모두 한 입인 듯, 심사를 위해 후보작을 읽는 시간 자체가 매우 기뻤다는 말을 했다.    
김기정의 『모두 잘 지내겠지?』는, 2014년 봄 이후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슬프고도 안타까운 시간을 작가가 어렵사리 헤집으며 쓰고 발표한 작품들의 모음이었다. 김기정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5편은 소재는 달라도 모두 죽음이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이 죽음, 죽은 자들은 현재성을 지닌 채 산 자 주변을 맴 도는데 이들을 대하는 작중인물들의 태도는 따뜻하다. 그 따뜻함으로 작가는 사자들을 보내고 있다. 이 서정은 일정한 거리두기로 담담하고 고와서 마치 가로등에 비쳐진 밤 벚꽃을 보는 듯하였다.
김하은의 『변사 김도언』은 전작 『꿈꾸는 극장의 비밀』에서 출발한 청소년소설이었다. 제1회 변사 자격 검정시험에 여성 4명이 응시했다는 사료를 바탕으로 시작한 상상력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일제 강점기를 살아낸 한 여성 변사의 일대기로 형상화되었다. 다큐멘터리적인 서술이 강한 특징을 지닌 이 작품은 수많은 자료를 살펴보고 네 차례에 걸쳐 중국 답사를 하는 등, 작가적 노력이 일궈낸 작품으로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송재찬의 『비밀에 갇힌 영혼』은 작가의 오랜 내공과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승제가 엄마에 이어 아버지를 잃고 여자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살던 곳을 떠나는 등 우여곡절 인생을 살게 된다. 그나마 드럼을 배우며 위안을 얻고 서서히 삼촌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극적인 인물 설정과 드라마적 스토리 구성이 눈에 많이 띠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었다.      
이상교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는, 시인이 생사를 다투는 시간을 건너 와 ‘침대 벽에 잠자코 기대앉았을 때 비로소 들려온 작은 소리와 생명들의 움직임을 ‘고요하다가 아프다가 눈물 나다가 철들다가’하며 쓴 시들의 모음집이었다. 1974년에 등단한 후 시인은 47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시인이 평생에 걸쳐 탐구하고 사랑해왔던 시적 존재들이 또 다른 각도에서 빛나는 이번 동시집은 이상교 동시의 정수라 할 만하다.   
장세정의 『튀고 싶은 날』의 시적 화자는 대개 어린이들이다. 그 어린이들은 발랄 경쾌하며,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존재들이다. 비누가 사라지는 건 살아서 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개를 죽여 살구(殺狗)라고 부르게 된 나무를 보고 다 함께 잘 살게 하는 살구나무라고 말한다. 어린이 화자의 입을 통해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시키는 시적 언어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동시집은 다음 동시집을 기대하게 만든다.

후보작 5편을 모두 살펴본 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김하은의 『변사 김도언』과 이상교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 두 편을 놓고 고심했다. 두 편 다 수상작으로 결정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었다. 김하은 작가는 작가들의 권익과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며 글쓰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작가이며, 이번 작품은 다큐적 서술이나 극적 구성이 약한 점이 아쉽기는 하나 작가가 일정 정도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다.  
이상교 시인은 일찍 혼자되어 두 딸을 키우며 꿋꿋하게 ‘소녀가장’ 전업 작가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번 작품집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낸 뒤에도 시 쓰는 손을 내려놓지 않고 끝없이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이고 눈길을 주며 간결함과 시인만의 유우머로 담아냈다. 이젠 눈이 많이 어두워졌음에도 여전히 시를 쓰고 거듭해서 수정하기를 마다않는 시인의 모습은 후배작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김하은 작가에게는 차기작을 기대하고, 이상교 시인의 『찰방찰방 밤을 건너』를 만장일치로 11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서정홍시인, 임정자 동화작가,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권정생 문학상 수상소감)   
                                          이 상교
태어나는 기쁨

벌써 몇 차례 써먹은 이야기로, 지지난 해에는 지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몇 해 전에는 안과적 질환으로 시력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나빠진 시력으로 낙상, 허리를 다쳐 워커가 아니면 보행이 어렵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저냥 복된 쪽이었다. 사는 일이 누구에게랄 것 없이 다소 힘들게 마련이나, 계절 바뀜이나 나무들, 강물 바라보는 일이 더없이 기쁜 나는 중랑천 둑길에만 섰어도 세상을 다 얻은 듯싶었다. 물든 나뭇잎 한 장을 들여다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정다웠다.
그런 내게 시력 손상은 가없는 절망이고 좌절이며 슬픔이었다. 본래부터도 썩 좋은 시력이 아니었음에도 그랬다. 글쓰기는 말할 것 없이 낙서에 가까운 그림을 끄적이는 일마저도 힘들어졌다. 안과에서도 별 방법이 없음을 말했다.
‘뭐, 나만 복되란 법 있겠는가’ 하며 마음을 다독이려 애썼지만,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온통 다 들어오던 세상 아니었던가.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가는 중이니 억울함(!)도 좀 덜하고 싶다. 그래야 할 것이다.
*      *

처음에는 시 쓰기였다. 먹고살기에는 줄글이 낫지 않을까 싶어 동화, 다음으로 그림이 곁들여진 그림책 글에 빠져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예전처럼 동료나 후배들과 어울려 된 소리, 안된 소리를 떠들어 댈 수는 없으나, 한적한 아파트 뒷길 나무의자에 앉아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이 흔들리는 걸 보노라면 여전히 기쁘다. 참새 뒤통수가 잠깐 눈에 들어온 일만으로도 환호작약이다.
아아, 가능하다면 예전처럼 양수리행 시외버스를 타고, 1일과 6일에 서는 5일장에 가고 싶다. 팔당호수 옆을 지나면서 흐르는 물살에 눈을 주고 싶다. 11월, 쇠락한 빛의, 내 나이쯤의 들판을 마주하고 싶다. (이제는 생각만으로도 다녀온 양하다.) 

어떻든 다소 시름겨울 즈음해 날아든 권정생문학상 수상 소식!
첫아이 첫돌 때, 감나무에게, 전봇대에게, 때마침 피어난 꽃에게 고했듯, 수상 소식을 퍼뜨리고 싶어 혼이 났으며 참느라 또 혼이 났다.
스스로 놀랍고도 대견하다. 선생님께서 시상식 자리에 내내 계시면서 잔잔한 웃음을 보내 주실 듯싶다.
권정생 선생님께서 『무명저고리와 엄마』로 신춘문예에 당선하셨을 적, 축하드리는 엽서를 보냈었다. 봉함으로 보내는 일이 오히려 선생님께 부담드리는 일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수십 년이 더 흐르고 나서 몇이 함께 안동에 내려가 뵈었는데, 그 엽서를 기억하고 계셨다. 선생님께서 사 주시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며 나는 따로이 작은 이야기책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저러 시간은 지났으며 선생님과 띠가 같은 소띠로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었다.
조용하시고도 작은 음성의 말씀이 적으셨던 선생님.
좋은 글을 쓸 사람으로 되짚어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격려와 염려 주시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께 사랑을 전합니다.   (*)
2020.4.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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