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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9 16:41:20
  • 수정 2018-05-29 16: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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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여 다시 보리밥 먹고 나물 캐며 산으로 강으로 무지개 따라 쫓아가던 소년시절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며 다람쥐 쫒던 어린 시절에“ 기타반주에 신나게 노래하던 맹인가수 이용복의 ‘어린 시절’ 가사처럼 꿈과 낭만을 찾아 헤매며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변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며 장을 보는 ‘리버마켓’이 아주 재미있고 성황이라고 한다.

고기 한 절음 먹기 어렵고 버스 한 번 타기 어렵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고기 싫다, 도시 싫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며 건강과 낭만을 추구하는 ‘리버마켓’ 풍경이 팔도강산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수많은 근심걱정 멀리 던져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떠났으면 좋겠네“ 매력가수 권진원의 노래처럼 살다보면 꿈과 낭만이 흐르는 ‘리버마켓’으로 떠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대를 거슬러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구담장터, 조선시대 부산에서 소금배가 올라와 영남내륙에 닻을 내리던 낙동강 구담나루터에 ‘리버마켓’을 열어보자. 지금은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늘 높게 놓여있지만 70년대만 해도 여름에는 나룻배가 오가고 겨울에는 섶다리로 오가던 구담나루터는 수많은 삶의 애환이 스며있는 추억의 강변이다. 칠 백리 푸른 물결은 그대로이건만, 장꾼들은 어디로 가고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의 싯귀가 저절로 떠오르는 역사의 강에서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나보자.

‘동동구루무’, ‘아이스께끼’, 옹기, 사발, 엿장수, 튀밥, 고무신, ‘나이롱양말’, ‘야바구’, 대장간, 풀빵, 왕대포에 기생오라버니까지 다 불러보자. 낙동강 물결 속에 잠겨있는 추억의 주인공들을 한 데 모아 꽹과리 장구쳐가며 풍악을 울려보자,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활주로의 노래처럼 “소매자락 휘날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자, 한삼자락 휘감으며 비틀비틀 춤을 추자.” 어느새 낙동강 물결 속에 까맣게 그을린 그들의 모습이 비친다.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수공예품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70%를 생산하는 우엉과 마, 딸기, 수박, 메론 등 직접 제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즐비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우엉 밥을 먹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강바람을 쐴 수 있다. 도심 상가에서는 저성장시대에 ‘가성비’가 높은 상품이 인기가 있다지만, 야외 리버마켓에서는 심리적으로 만족하는 ‘가심비’가 높은 진품이 인기가 있다.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버스킹 공연을 보고 애들과 손잡고 뛰어놀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잔디구장도 있어서 축구나 그라운드 골프도 치고, 강변을 따라 낙동강 풍경소리 숲길을 걷고 시루봉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 뚫어지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어릴 때 소풍처럼 강변 숲속에서 보물(경품)을 찾고 더위에 물놀이도 텀벙댈 수 있다. 자연의 바람에 사람냄새를 맡으며 축제의 장을 즐기고, 생산자와 대면하고 스토리텔링을 나누어가며 흥정하고 거래를 한다. 리버마켓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수공업자들과, 지역농민들과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이된다.

구담리버마켓 십리 안에 새천년도읍지 경북도청 신도시가 우뚝 솟아있고, 동편으로 6.10 만세운동을 기획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 가일마을 권오설 선생이 있고, ‘가노라 삼각산아’ 병자호란에 자존심을 지킨 김상헌 선생의 소산마을이 이어져있고, 들판건너면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하회마을 류성룡 선생이 있고, 화산 돌아 그림 같은 병산서원 만대루가 있고, 낙조가 드리우면 병풍절벽과 금빛 물결이 어우러져 경이로운 비경을 자아낸다.

그런 황금물결이 하회마을 부용대를 휘감아 돌아 구담리버마켓에 도달하면, 그 물결 속에 소금배 젖던 사공과 장꾼들이 홀연히 나타나 한바탕 장마당을 벌인다. 첨단도시에서 슬로시티를 지나 옛날장터를 회상하면서, 대자연속에 열리는 리버마켓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만병을 치유하며, 행복에 젖어보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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